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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전환한 『아시아』영화제|말썽 18년…견본 시로서의 그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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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54년 아시아 영화제작자연맹 창설과 함께 연례행사로 시작되었던 아시아 영화제가 서울에서 열릴 내년 18회 영화제부터는 잡음 많은 시상 제를 없애고 참가국의 최우수작품을 공개하는 모임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아시아영화제의 성격이『회원국 영화업자들의 우의증진과 상호간의 시장 개척에 뜻이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유명무실한대로 상이 걸려있고 회원국 영화업자들간에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아시아 영화제는 연례적인 잡음의 진원지가 되어왔었다.
아시아 영화제가 해를 거듭 할수록 퇴조의 기미를 보인 것은 이 영화제의 창안 국인 일본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 회원국들의 중론이다.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영화산업이 앞서고 있는 일본은 매년 아시아 영화제에 대해서는 고자세를 버리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만을 보여왔던 것. 우수한 영화는 저명한 외국의 영화제에만 보내는가하면 아시아 영화제에는 대개 중간급의 작품만 출품시켜 스스로 아시아 영화제의 품위를 떨어뜨렸다.
이것은 연맹 창설 때부터 일본이 기술부문의 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상들은 탐(?)내지 않겠다는 사전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태도로 풀이되기도 하지만, 실상 일본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서 그렇지 않아도 상의 안배가 불가피한 아시아 영화제는 영화의 질은 차지하고 상타내기 위한 격전장으로 변모되어 왔던 것이다.
아시아 영화제가 내년부터 견본 시 성격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된 것은 일본이 아시아지역에서 일본영화를 보다 활발하게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아시아 영화제의 품격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금년도 아시아 영화제가 개최되기에 앞서 참가각국에 영화제 불참을 통고하는 한편 영화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제의를 했었다. 일본에 뒤따라 필리핀도 상의 안배와 사전담합을 내세워 역시 불참을 통고했다.
회원 9개국가운데중요 멤버인 일본 필리핀 이 참가하지 않음으로 해서 대북 영화제는 표면상 화려하게 개막됐으나 실장 맥빠진 영화제가 돼버렸던 것. 참가 각 국은 영화제가 시작되기에 앞서 내년부터 폐지될지도 모를 아시아 영화제에 대한 제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나라 측의 입장은 일단아시아 영화제를 존속시키자는 족으로 기울었다. 일본이 아시아 영화제를 폐지시키자고 끝까지 고집하면 일본을 제외시키자는 극단적인 대책까지 마련하여 대북 영화제에 참가했다. 다른 참가국들도 한국의 입장과 비슷한 입장을 고수했다는 사실은 대북 영화제 개막을 계기로 열린 연맹 이 사회에서 일본이 아시아 영화제 폐지안을 철회, 존속은 시키되 성격을 바꾼다는 것으로 일단 누그러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하튼 성격을 바꾸게 된 아시아영화제의 앞으로의 문제는 과연 아시아 영화제가 명실상부한 견본 시 구실을 하게될 것이냐 하는 문제와 일본과 영화교류가 없고 아시아 지역과도 별로 큰 교류가 없는 우리 나라의 경우 견본 시적 성격의 영화제가 과연 얼마만큼의 뜻을 지닐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이다.<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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