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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딜레마, 김현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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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승엽(37·삼성)과 김현수(25·두산). 이름만으로 상대를 떨게 하는 프로야구 최고의 강타자다. 24일 대구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시작으로 이승엽과 김현수는 가을야구 첫 맞대결을 펼친다.

 포스트시즌(PS)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KS에서 이승엽은 타율 0.348(23타수 8안타)·1홈런·7타점으로 삼성의 우승을 이끌며 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KS를 앞둔 류중일(50) 삼성 감독과 김진욱(53) 두산 감독은 장쾌한 한 방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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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두 감독은 이들의 기용을 놓고 묘한 딜레마에 빠졌다. 두 선수 모두 부상을 입었고, 시즌 막판 타격 부진에 빠졌기 때문에 이들만 믿다가는 젊고 빠른 선수를 기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승엽과 김현수가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포지션 연쇄 이동이라는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승엽은 허리 부상 탓에 지난달 1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 이전까지도 타율 0.253, 13홈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달 이상의 휴식과 훈련을 통해 컨디션이 올라왔지만 이승엽은 최형우(30)·박석민(28)·채태인(31) 등 후배들에게 중심타선을 양보해야 할 입장이다. 올 시즌 최형우는 타율 0.305·29홈런, 박석민은 타율 0.318·18홈런을 쳐냈다. 부상 때문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채태인은 타율 0.381·11홈런이다. 류 감독은 이승엽을 6번 타순에 넣을 계획이다. 중심타선을 상대한 뒤에 이승엽을 또 만나면 두산 투수들은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승엽이 선발로 출전한다면 그는 채태인과 1루수·지명타자를 나눠가져야 한다. 이 경우 지명타자 요원인 최형우는 좌익수로 나서야 한다. 중견수 배영섭, 우익수 박한이가 선발 출전한다면 발 빠른 정형식(22)은 대수비나 대타로 빠진다.

 정형식은 지난달 8일 LG전에서 배영섭이 머리 부상을 당한 후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19경기를 뛰었다. 뛰어난 외야 수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타율 0.309·18타점을 올리며 만만찮은 타격 실력도 뽐냈다. 정형식이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뛰는 게 수비의 안정감이 높았다.

 그렇다고 정형식을 활용하기 위해 이승엽을 빼는 건 모험이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라인업에 있고 없고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압박감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승엽이 한 방을 쳐주고, 경기 후반 정형식이 주루와 수비에서 깨소금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게 삼성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현수는 시즌 내내 왼 발목 통증을 참으며 타율 0.302·16홈런을 때린 두산의 간판타자다. 삼성전(타율 0.382, 4홈런)에선 특히 강했다. 그러나 그는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를 치르며 부상이 악화됐다. 준PO 3차전에서는 2루를 밟다 오른 발목을 다쳤고, PO 3차전에선 수비수와 부딪혀 대퇴부 통증으로 쓰러졌다. 김현수는 이번 PS 7경기에서 타율 0.130(23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다.

 김 감독은 준PO에서 김현수를 1루수로 기용했지만 1루 수비 경험이 많지 않은 김현수가 실책을 거듭했다. PO에서 그가 원래 포지션인 좌익수로 나서자 이종욱(33)·정수빈(23)·임재철(37)·민병헌(26) 등 두산이 자랑하는 특급 외야수 중 2명이 선발에서 제외돼야 했다. 외야수 5명 중 누구를 넣고 빼느냐가 김진욱 감독의 최대 고민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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