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혐의 입증 새 증거" vs "실제 영향력보다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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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상에 올린 대선 개입 글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새로운 증거라고 보고 있다. 이에 야당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며 수사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지역 비하, 인신 공격 등 국가기관으로서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충격적이고 불법적인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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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새누리당은 “실제 영향력에 비해 과장됐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은 (국정원이) 트위터에 올렸다는 5만5689건 중 2233건만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17일 체포됐던 국정원 직원 2명이 자백한 것이 2233건이며, 5만5689건 모두 국정원 계정으로 작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이 수천 개의 계정을 만들어 ‘여론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른 일반인들을 포섭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자동으로 리트윗을 해주는 ‘봇(bot) 프로그램’까지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대량으로 특정 의견을 전파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올리는 대표적 SNS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인 ‘트윗’과 트위터를 통해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 재전송하는 리트윗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트위터로 여론을 형성하는 효과를 거두려면 먼저 사회적 관계망(소셜네트워크)을 구축해야 한다. 누군가를 팔로(다른 사람의 글을 구독)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팔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단계 판매망처럼 기하급수적으로 글 게시자의 생각이 전파될 수 있다. 리트윗을 하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원형 그대로 내 트위터에 옮겨놓고, 나를 팔로한 사람의 트위터에도 전달된다. 굳이 직접 트윗을 작성하지 않아도 같은 의견을 가진 다른 사람의 트윗을 내 사회적 관계망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

 카카오톡 박용후 전 이사는 “트위터는 같은 사람이 수백 개의 다른 계정을 만들 수 있고 맞팔(서로 팔로하는 것)할 경우 마치 같은 여론을 가진 집단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이런 것을 시딩(seeding·씨뿌리기)이라고 한다”며 “만약 국정원이 이런 공작을 했다면 인터넷 댓글보다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트위터 글 5만5000여 건은 몇 명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도 “전체 트위터로 유통되는 글 중 극히 일부인데 이 정도를 갖고 국정원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변경은 30일 결정=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범균)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 허가 여부를 30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과 동일한 하나의 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양측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며 “30일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 뒤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원 전 원장 측은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 측이 판단 기준인 기존 공소사실과의 ‘동일성’ 여부와 함께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성’도 지적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수사팀이 국정원장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기 때문에 관련 증거는 모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해당 직원 진술 없이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을 만큼 증거를 확보한 다음 체포해 조사했다”며 “국정원장 법률보좌관에게 관련 내용도 통지했다”고 반박했다.

이동현·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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