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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소비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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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의 하루 일과는 소 풀 먹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금이야 전화 한 통화면 농기계가 농사를 책임져 주지만 그때만 해도 소는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소는 살림 밑천이자 농기계였을 뿐 지금처럼 고기로 먹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렸을 때 고기는 굉장히 귀한 음식이었다. 어른 생신 때나 먹을 수 있었다. 그것도 많은 식구가 함께 먹기 위해 국을 끓여 먹었다. 국 그릇 안에 고기 한두 점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그날은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요즘엔 고기가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도마에 오른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육류를 피하고 식물성 음식을 많이 섭취하라고 하고 있다. 고단백, 고지방의 식사 습관은 대장암과 같은 서구형 질병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한 육류 생산에 엄청난 곡물이 필요해 식량 수급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적혀 있다. 채식으로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를 꿈꿀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는 아직 맞지 않는 얘기로 생각된다. 영양학자들은 성장기 어린이들이 꼭 먹어야 할 식품으로 축산물을 꼽고 있다. 축산물 소비 증가에 따라 현대인들의 수명이 이전보다 늘고 체격 또한 커진 것도 사실이다. 소아과 의사들 또한 생후 4∼6개월이 되면 이유식을 하되, 쌀미음으로 시작해 차츰 쇠고기 이유식을 먹이라고 권장한다. 아기가 태어날 때 엄마에게 받아 나온 철분이 거의 소진되는 생후 6개월이면 반드시 고기를 먹여 철분 섭취를 보충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채식만 할 경우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단백질 부족 현상이다. 우리 몸은 20가지의 아미노산을 필요로 한다. 20종의 아미노산 중 일부는 체내에서 합성이 되고 일부는 합성이 불가능하다. 인체 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10가지의 아미노산을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하며 이것은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이러한 필수 아미노산들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들어 있다. 일부 채식주의자가 채식만으로도 어린이나 청소년의 성장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필수 아미노산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호주 등 축산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가 적은 편이다. 과거에 비해 육류 소비량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고기를 많이 먹어 문제가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육류와 채소류를 반찬으로 함께 즐길 뿐 육류를 주식으로 섭취하진 않는다.

영양학자들은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 가운데 45%는 탄수화물, 30%는 단백질, 25%는 지방에서 얻으라고 권장한다. 그중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은 육류 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 다. 식물에 적당한 햇빛과 물을 주면 무럭무럭 자라듯이 사람도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햇빛이나 물로만 식품이 건강할 수 없듯이 사람도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