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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전」왕국 이태리의 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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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9년 여름「엠바시」란 상표를 단「이탈리아」제 냉장고가 우리 나라에 상륙, 파격적인 싼값(2백20ℓ짜리=10만원)으로 판매됨으로써 한때「덤핑」의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면서 국내 가전기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지금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이탈리아」제 가정용 전기 제품의 눈부신 진출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탈리아」제 가전기기,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는 이미 EEC를 석권하고 미국에도 대거 진출함으로써「이탈리아」가 당당히 세계의 가전 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탈리아」산 가전 제품이 급신하게 된 것은 값이 세계적으로 싸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심지어는「덤핑」용의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이탈리아」만의 특별한 생산방식, 원가 및 판매 정책이 주효, 60년대의 가장「다이내믹」 한 성장을 가져 온 것이다.
이러한 「이탈리아」가전업계의 경영방식은 우리 나라 업계가 정부의 보호 정책아래 「코스트·다운」은 커녕 국제가격 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공급하는 상태에 안주하는 현실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지금부터 18년 전만해도「이탈리아」가전 공업은 수공업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고 생산실적은 냉장고 6만5천대, 세탁기가1만5천대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냉장고 분야가 60개「메이커」, 세탁기는 50개「메이커」가 산재해있었으나 업계 정비가 진척되어 64년에는 각각 22개와 18개「메이커」로 줄어들었으며 이때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생산실적이 70년도에는 냉장고만 5백40만대를 기록, 이중80%를 구주 시장을 비롯한 1백20개국에 수출함으로써 연간 2억불의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세계 수출량의 70%를 차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탈리아」가전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발판은 구주였다.
냉장고의 경우 수출의 80%는 구주에 진출했고 이중 EEC에 50%가 들어갔다. 세탁기는 약60%가 EEC시장을 점령했다.
특히「이탈리아」가전이 경이적 성장을 이룩하게 된 ①가격 ②기술 및 「디자인」과 ③판매 정책면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가격 면에서는 정부의 수출진흥세제의 뒷받침이 크게 작용했다.
「이탈리아」에는 두가지 수출환급세제가 있다. IGE(거래 고세)와 기계에 대한 관세 및 내국세의 환급 제도다. 냉장고를 수출할 경우 IGE에서 5.5%, 관세 및 내국세에서FOB가격 당 6%(중형)내지 10%(대형)를 환급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대당 수출가격의 12%에서 15%가 환급되는 셈이다.
이밖에 수출 우대 금융, 수출 보험 및 수출환 인지세 경감 등의 수출 보조정책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생산「코스트」가 낮다는 것도 하나의 강점이다. 우선 인건비가 다른 서구 제국에 비해 싸며 재료비도 극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유력한「메이커」들은 가전기기 수요층을 중급 계층의 중·하「클라스」로 보고 필요이상의 장식을 일체 없애고 기능에 큰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값싼 재료를 써서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얇은 철판을 쓰고「플라스틱」 재료를 활용함으로써 같은 내부용적이면서 외부용적이 2할 정도 작고 무게도 2할이 적어 운임과 관세를 절약하는 소지가 됐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플라스틱」재료를 대량 활용함으로써 2, 3할의「코스트·다운」이 가능했으며 다른 부문에서도 공정단축과 재료비 절감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이탈리아」냉장고의 품질이 세계 제일은 못 된다. 즉 내구성이 비교적 낮고 단열재 등의 관계로 해서 결로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행이 바뀌고 새 기술이 등장함으로써 주부들이 새 냉장고를 찾게 될 때까지는 충분히 지탱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점도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산 체제에서 오는 잇점도 있다. 「사누츠」「이그니스」「인테시트」등 3대 냉장고「메이커」가 전체 생산의 74%를 차지하는 현실이 「코스트·다운」에 기여하는 바 크다는 얘기다.
원가 절감의 마지막 요인은 「메이커」의 관리비와 계상된 이익이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동족회사인 관계로 그들은 이익을 배당보다도 재투자에 돌려 「이익 없는 번영」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둘째로 기술 및「디자인」의 우수성은「이탈리아」가 자랑하는 간판이다. 전기적「메이커」의 측면에서 원래부터「이탈리아」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갖고있고 공업「디자인」에도 정평이 있다.
셋째는, 교묘한 판매 정책이다. 「메이커」들은 호화판 제품보다는 중간 층 이하를 파고들기 위해 냉장고도 중형(1백36∼2백30ℓ)을 중심으로 생산 판매했다.
외국시장에서는 기존 유명 기업과 제휴하여 그 유통「채늘」을 이용하며 이 때문에 자사 상표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한「메이커」가 여러 가지 상표를 사용하여 시장성향에 적응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탈리아」 가전기기가 세계를 제패한 원동력은 국내수요를 과감히 개척한데 있었다.
가전「메이커」들은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개인소득증가로 국내 수요가 늘어나자 우리 나라와는 정 반대로 가격을 인하, 가전기기 보급에 주력했다. 이러한 보급태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아 한번 가전의 편리함을 맛보면 인연을 끊을 수 없다는 소비자의 심리에「어필」했고 이렇게 국내에서 배양된 힘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게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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