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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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인구가 이제 35억5천만명을 돌파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그리고 2000년에는 65억이 될 것이라고도 예상하였다.
「나폴레옹」전쟁이 끝날 무렵의 세계 인구는 10억이었다. 그게 20억으로 배가 된 것은 1930년의 일이었다. 1959년에는 또 30억으로 뛰어 올랐다. 엄밀한 기하 급수는 아니라 하더라도, 조금도 반가울게 없는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 현상이다. 작년에 영국의 사회 생물학자 「러셀」부처는 『만일에 우리가 인구 긴장을 완전히 제거시킬 수 있다면 우리네 사회는 자연적으로 자유스럽고, 우호적이고 또 평화스러워질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다.
사람들을 폭력·범죄, 전쟁 등으로 이끄는 공격성을 사람이 왜 갖게 되느냐에 대한 풀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홉즈」는 공격성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았었다. 견딜 수 없는 좌절감이 밖으로 폭발할 때 공격성을 띠게 된다고 풀이한 심리학자도 있다. 긴장감, 특히 의식의 결핍에서 오는 긴장감의 폭발이 폭력의 근원이라고 본 학자도 있다.
그러나「러셀」박사는 인구의 과밀에서 오는 긴장감이 폭력의 제일 큰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현대 문명의 놀랄만한 기술적 발전은 인간의 사회와 자연 자원과의 관계를 바꿔 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인구는 증가되기 마련이다.
이래서 사람들은 늘 인구 「스트레스」를 갖게 되고, 여기서 또 사회적 불평등과 긴장감과 폭력이 일기 시작한다는 얘기도 된다.
『군중 인간』이란 일찌기 「에드거·앨런·포」가 명명한 말이다. 군중 속에서 살게된 오늘의 개인은 개성의 이름표를 상실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직관을 가지고도 「포」는 오늘의 군중 인간이 지니고 있는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오늘의 인구 문제는 그것이 세계 공통의 현상이며 또 사망률이 엄청나게 저하된데서부터 보다 심각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까닭은 딴 데 또 있다.
유엔 통계를 따르면 가장 풍요한 미국에서도 인구는 증가되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가령 인도의 증가율과 미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개발 지역과 저개발 지역 사이의 대립감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인구 스트레스에서 폭력이 나온다는 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저개발 지역은 언제까지나 폭력과 범죄의 온상지가 된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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