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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병이 총질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6일 상오 11시40분쯤 서울 동대문구 용두2동 104 수산 센터 뒤 강호여관(주인 박금순·53) 현관 앞에서 육군 모 부대 소속 김영일 일병이 충남 영1-2154호 택시운전사 이우형씨(30·대전시 갈마동88)를 카빈으로 쏴 죽이고 여관 안으로 뛰어들어 2층 22호실에서 애인 박현보양(23·서울 중구 도동1가3)을 인질 삼아 군경과 10분쯤 대치하다가 애인을 버리고 여관 뒷담을 넘어 도망쳤다. 인질로 잡혔던 박양은 낮12시쯤 여관 밖으로 도망쳐 나와 한때 의식을 잃고 이웃 성인외과로 옮겨졌다. 경찰은 여관주위를 포위, 여관을 수색했으나 김 일병이 도망친 후여서 청량리와 마장동 시외 버스정류장 등 일대에 광범한 수사망을 폈다.
택시를 함께 타고 온 스페어운전사 송길웅씨(27)에 의하면 김 일병은 이날상오6시쯤 충남 유성에서 서울까지 5천원에 택시를 전세 내어 떠나 상오8시10분쯤 서울에 도착했다.
김 일병은 먼저 영등포구 봉천동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했으나 돈을 얻지 못하자 박양을 찾아갔다. 상오9시쯤 박양(서울 중구 도동1가3)을 만난 김 일병은 박양을 차에 태우고 타워·호텔로 갔으나『총을 가진 군인에게는 방을 줄 수 없다는 호텔종업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돌아 나와 용두동 강호여관으로 갔다.

<발생>
여관에 도착한 김 일병은 애인 박양과 함께 여관종업원 신인선양(18)의 안내로 2층22호실로 들어갔다. 송씨도 택시요금을 받기 위해 김 일병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송씨가 『왜 택시요금을 주지 않고 총을 만지고 있느냐? 총장난 말고 돈을 빨리 달라』고하자 김 일병은『수표를 가지고있는데 은행에가 바꾸어주마』고했다. 송씨는 총을 빼앗아 방구석에 두고 김 일병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여관주인 신씨가 『시끄러우니 총을 갖고 나가라』고하자 김 일병이 2층 방으로 올라가 총을 가지고 내려왔다.
김 일병은 현관 밖으로 나와 요금을 받기 위해 밖에 나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운전사 이씨에게 갑자기 카빈2발을 쏘았다.

<대치>
이씨가 쓰러지자 김 일병은 여관 안으로 뛰어들면서 현관에 카빈과 권총·야전 잠바·대검·우의 등을 버리고 2층 방으로 올라갔다. 김 일병은 방에서 박양에게 무슨 뜻인지 모를 고함을 치며 밖에 달려온 군경과 대치했다.

<도망>
김은 낮11시50분쯤(경찰추정)방에서 베란다로 나와 높이3.5m쯤 되는 여관 담을 뛰어넘어 수산 센터 냉동창고 사무실을 통해 도망쳤다.

<애인주변>
박양은 이날하오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고 지난해 11월쯤 충주 희 다방 종업원으로 있을 때 단골로 드나들던 김 일병과 사귀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김 일병을 피해 지난3월초 서울로 올라오자 김 일병은 지난21일 박양을 찾아가『교제를 계속하자』고 졸랐으나 박양이 말을 듣지 않자 박양의 트랜지스터·라디오 1대를 가져간 일이 있었다.
이날 아침에도 김 일병이 불쑥 나타나 『무조건 나와 함께 가자』는 바람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유류품>
경찰은 여관에서 카빈1자루 45구경 권총 1자루·카빈탄약 57발·대검1개·야전잠바·비옷·권총탄 띠1개 등을 압수, 군 수사기관에 넘겼다.
범인이 벗어 놓고 달아난 야전 잠바의 호주머니 속에서『세상이 귀찮다.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경찰수사>
경찰은 김 일병이 사랑을 호소했으나 박양이 받아들이지 않아 상심한 데다가 돈 없이 차를 탔다가 시비가 붙자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김 일병의 뒤를 쫓고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하오 김 일병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가 택시를 타고 세검정 쪽으로 갔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를 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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