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과 금융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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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은행의 경영실적이 기존 은행보다 월등 우수하여 금융풍토의 내재적부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금융정책의 방향을 시사하는바 크다 할 것이다.
오는 4윌에 개점 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북은행을 합치면 지방은행은 10개에 이르고 있는 것이며 이들 지방은행은 모두가 설립된지 2∼3년 내외에 이미 학고한 기초을 쌓아올리고 있는 것이다. 비록 예금대출규모가 작아 아직은 기존은행과 비교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들이 지금 자금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기존은행에「콜」자금을 제공할 수 있을만큼 건실하다는 사실은 금융정책 당국이 크게 관심을 가져야할 사항이라 할 것이다.
지방은행이 여러 면에서 기존은행들 보다 착실한 이유를 당국은 명확히 분석해서 어지러워질대로 어지러워진 기존은행을 정상화하는 자료로서 십분 활용함이 마땅한 일일 것이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경영실적이 착실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니라 거의 외부간섭이 없다는데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달된 자금을 금융외적인 척도에서가 아니라순 금융적인 척도로만 대출하기 때문에 지방은행의 대출은 예금 권유의 무기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순 금융적 척도에서만 대출이 행해지기 때문에 연체누증에 따른 미수이자의 누적이 적어 손익상황도 건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자금회전율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오늘날 기존은행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키는 근본원인이라 할 정치적인 거액대출이 지방은행에는 없기 때문에 지방은행은 자금사황이 좋은 것이며, 불과 수10억원의 예금밖에 보유하지 못하는 지방은행이 거꾸로 1천억원 수준의 예금을 보유하는 기존은행에「콜」자금을 제공하는「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지방은행이 불리한 여건과 경쟁력 하에서도 그처럼 건실한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다름아니라 경영의 자율성 확보에 있는 것이라면 정책당국은 이를 귀감삼아서라도 금융정책의 차원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기존은행의 경영부실이 비금융외적 척도에 따른 여신에 근본적으로 기인되고 있는 것이라면 오늘날 시끄럽게 떠돌고 있는 금융정상화론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연리 26%의 한은차입을 얻어다가 24%의 대출을 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기존은행의 경영상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좀처럼 이해 할 수도 없거니와 또 그런 상태의 지속을 허가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대출이 흔히 자발적인 뒷받침 없이도 나가게되는 사례가 없지않기 때문에 지준부족을 고질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준부족을 한은도 어찌할 수 없이 일반차입으로 메워주고 있는 부조리가 생기는 것이며 그것이 마치 이 나라 금융의 본직적 속성처럼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적으로 말한다면 이런 시성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는 한 금융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정상화를 위해서는 심사역제도와 융자심의위원제도를 둔다든지, 또는「덥·룐」방식을 도입한다든지 하는것도 물론 일조는 되겠지만 요컨대 그것은 지채을 건드리는 시책에 불과한 것이오, 그와같은 고충적 방법으로는 금융이 정상화 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금융의 자율성·중립성을 제도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보강하는 획기적인 방향전환만이 금융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화되어 있는 것이며 남은 것은 오직 정책당국의 결단뿐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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