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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음혼… 페트로시앙 피아노 독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시즌·오프 이래 한산하던 차 때마침 중앙일보사 초청으로 찾아온 프랑스의 정상 라피·페트로시앙의 피아노 독주회(2월20일 밤 서울 시민 회관) 는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팬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금년 들어 첫 번째로 기록되는 외국 연주가라는 점에도 관심을 모았지만 그의 연주는 여러모로 값지고 만족스러웠다. 신비스러운 음혼마저 자아낼 만큼 섬세한 터치와 다이내믹하고 세련된 기교로 빚어내는 음 빛깔도 곱고 매끄러웠지만 개별음(음 하나 하나) 이 지니고 있는 함축미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흔히 과장과 편견으로 이지러지기 쉬운 곡 상을 오히려 소회라도 푸는 듯 청중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의 품격 있는 예술적 심연을 엿 볼 수 있게 했다.
그는 전형적인 프랑스 풍의 시인 기질을 가진 연주가다. 스카를라티·쇼팽·플랑크·드뷔시·장·보드 곡들의 음악적 이디엄은 사뭇 시적인 차원으로 처리했고 때로는 몹시 격한 톤을 구사했다. 그 중 쇼팽 곡 녹턴 20번의 시적 감동은 잊을 수 없다.
프랑크의 소품 2개는 마치 여울에 퍼지는 음률처럼 싱그러운 색채 감정을 느끼게 했고 심플한 악형으로 구도 된 드뷔시의 전주곡을 유니크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이룬 소노리테(오향성) 의 효과는 단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가 하면 또 남성적인 굵직한 선과 기를 닦은 완전한 피아니스트다. 쇼팽의 연습곡이나 2개의 리스트 곡이 증명하지만 과연 그는 강한 프랑스 적인 체취를 풍기는 훌륭한 음악가다.<김무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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