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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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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좌란 법률학사전에 따르면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타인의 범죄에 연대해서 일정한 범위의 사람들도 처벌하는 제도』-.
연좌라는 것도 있다. 범인의 일정범위의 친족에게 형사책임을 지우는 경우를 말한다. 어느 경우이든 가혹하기는 매일반이다.
개인의 독립이 확립되지 않았던 고대나 중세의 사회에서는 그 책임도 단순히 한 개인에 그치지 않았다. 따라서 일정한 범위의 사람들도 무더기로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이것만이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적절한 형벌의 방법으로 평가되었다.
벌써 천년이 넘는 당률의 적도율을 보면 연대책임의 폭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모반이나 대역자는 목을 베었다. 그리고 그의 부·자의 경우 16세 이상이면 교수형에 처했다. 15세 이하의 모녀처첩, 조손 형제자매는 노비로 만들어 관에서 소유했다. 이들의 자재전택이 남아날리 없다. 모두 관이 몰수했다. 그후의 대명율동 이 당률의 규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조시대에도 이 명률에 의해 옥좌형이 통용되었다. 속대전에 따르면 범인과 묶어서 형제처첩의 연좌를 확인하고 있다. 다만 역적의 부친이 80세 이상이면 감률하여 정배를 보냈다. 2, 3세 어린아이의 정배를 예외로 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그 연좌제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사기에 의하면 중국의 전국시대, 진의 상앙은 백성을 십오로 나누어 놓았었다. 십은 10명, 오는 5명, 이렇게 조로 편성한 것이다. 이들 중 어느 한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십오에 소속한 다른 사람도 함께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조선들은 뒤늦게나마 이조 말 개국 503년에 칙령을 통해 연좌제의 폐지를 선언했다. 죄인은 자기만 처벌을 받고 말았다. 벌써 70여년 전의 일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저마다의 권리와 생존권을 갖고 있다. 이것은 근대 국가의 기본이념이며, 또한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인권사상의 바탕이 없이는 국가도 없고, 법률도 있을 수 없다. 국가와 법률의 주체는 바로 그 인간임을 지상의 모든 나라들은 스스로 선언하고 있다.
일 총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남은 연좌제나마 실질적으로 폐지한다』고 말했다. 전시대의 악습이 우리 가까이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국무총리에 의해 확인된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주의의 이념은 시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그리고 행복한 생존을 가장 알뜰하게 존중해 주는데 보람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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