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터뜨려 자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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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일 밤 10시쯤 서울영등포구 도림동 도림 시장 안 대진상회(주인 박윤오·34) 앞에서 박씨의 의붓 동생 정호흥(23·영등포구 영1동574) 이 사제폭발물을 들고 형을 죽인다며 행패를 부리다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경비과 소속 김장연 순경(29)과 지원규 순경(37) 이 덮치는 순간 폭발물을 터뜨려 자폭했다.
이 폭발물로 두 순경과 행인 윤동호씨(33·대한중기사원) 등 3명이 고막이 파열되고 얼굴에 심한 파편상을 입는 등 전치 3, 4주의 증상을 입었다.
자폭한 정은 작년8월부터 의붓 형 박씨 가게에서 일해오다 지난15일 아침 돈1만3천원을 몰래 빼내 가출한 후 5일 만인 이날저녁 9시쯤 시장에 나타나『형과 결판을 내겠다』며 약1시간 동안 시장을 헤매며 행패를 부리다 끝내 사고를 낸 것이다.
정은 이날 시장 입구에서 친구 최치윤씨(23) 와 함께 술을 마시다 갑자기 바바리·코트 주머니에서 신탄진 담배 갑으로 싼 폭발물과 스위치가 달린 건전지를 꺼내 왼손에 들고 오른손엔 깨진 소줏 병을 쥐고『접근하면 몰살시킨다』며 친구 최씨와 상인들을 위협, 박씨 가게로 뛰쳐갔으나 박씨가 몸을 피하자 닥치는 대로 시장 안의 노점을 부수고 소줏병을 휘둘러 친구 최씨가 얼굴에 부상했다.
112신고를 받은 김·지 두 순경이 백차로 출동, 폭발물이 든 줄 모르고 지 순경은 앞에서 권총을 빼서 위협하고 김 순경이 위에서 덮치는 순간 정은 폭발물을 터뜨려 자폭하고 말았다.
정이 행패를 부리는 동안 가게를 보던 2백여 상인들이 시장 변두리로 밀리는 등 시장은 한 때 공포의 분위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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