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시즌리뷰 (4) 현대 유니콘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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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감독이 조-조 브라더스를 내보낸 후 선발진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올 시즌 현대의 장점은 타순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7명의 선수가 두 자리 홈런을 터뜨렸고, 어느 구단에 뒤지지 않는 막강한 클린업은 현대를 정규리그 3위로 끌어 올렸다.

전준호는 변함없는 정교한 타격으로 중심타선의 기를 살려준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경완의 부진은 아쉬웠다.

헤라클레스라는 별명처럼 엄청난 파워를 지닌 심정수는 넓은 잠실구장을 떠나 수원구장으로 옮긴 후 그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즌 막판 홈런왕을 노렸지만 1개차로 2위에 머물렀지만 확실히 재기에 성공했다. 또한 전경기 출장으로 팀 이적 후 적응이 완전히 끝났음을 선보여 내년 시즌 홈런왕 타이틀 도전도 결코 꿈이 아님을 선보였다.

현대의 가장 큰 문제는 투수력이었는데, 그동안 투수왕국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리 만큼 경기를 책임질 선발투수 부족으로 어려운 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특히 믿었던 임선동-김수경-토레스 3인방은 선발투수로써의 책임은 수행했지만, 믿음을 주지 못해 내년 시즌 마운드 운용에 걸림돌로 남게 됐다.

또한 조규제와 조웅천이 떠난 후 이상열과 권준헌이 미들맨으로 나름대로 활약을 했지만, 조-조 브라더스가 떠난 이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해야 했고, 마무리 투수 조용준이 롱릴리프로 등판해야 하는 어려움을 주었다. 그나마 현대가 거둔 수확이라면 선발 투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무적 슬라이더를 앞세운 조용준의 활약은 중간 투수들의 부진을 다소나마 해소 시키며 내년 시즌 마운드의 중심으로 우뚝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최근 거론되고 있는 정민태의 재합류에 문제인데, 정민태가 합류한다면 정민태-임선동-김수경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 구축과 조용준이 버티는 마무리는 시즌이 더해갈수록 위력을 떨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 유니콘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고지 이전의 어려움에 따른 프랜차이즈 전략의 부재였다. 올 시즌 관중동원 8위로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성적이 결코 관중과 비례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현대 유니콘스는 수원을 연고지로 확정한 것이 아닌 임시 연고지로 사용하겠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어 연고도시 확립을 위한 마케팅 계획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SK 와이번스의 인천입성을 허용하면서 당시 현대 유니콘스는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서울입성을 준비하겠다는 인식이 임시 홈구장을 사용했던 수원팬들에게 굳어져 연고팀에 대한 애정도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인데, 설상가상으로 SK 와이번스는 새롭게 단장한 문학구장을 홈구장으로 이용하면서 보다 나은 시장성을 구축하면서 인천을 비롯한 경기 지방의 팬들에게 연고팀이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현대의 연고지 이전 실패에 따른 문제는 비단 현대유니콘스만의 문제가 아닌 KBO와 나아가 프로야구가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례였다는 점에서 향후 연고지 이전 또는 신생팀 창단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내년 시즌 현대 유니콘스가 안고 가야 할 문제는 서울입성이 사실상 쉽지 않게 되면서, 이에 따라 수원 팬들에게 프랜차이즈 전략을 얼마나 전개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오윤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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