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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민정 007 웨딩비하인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하객들의 면면은 마치 영화제 같았고, 본식은 트렌디한 파티였다. 가까운 친구들만 참석한 뒤풀이는 은밀한 재미가 있었다. 숨바꼭질을 방불케 한 ‘헌·정 커플’의 비공개 결혼식 뒷얘기를 취재했다

취재=이한 기자 사진=홍하얀, 민기원(stusdio lamp)

두 사람의 결혼식은 풍성했다. 하객들은 하나같이 ‘마치 파티처럼 재밌었다’고 입을 모았다. 요모조모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는 제보다. 이병헌 측 하객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연예계 한 인사는 “시작은 굉장히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는데, 피로연까지 다 보고 나니 꼭 트렌디한 파티장에 다녀온 기분이었다”며 그날 분위기를 전했다.

드레스 입고 리듬 탄 신부와 잔뜩 긴장한 한류 스타 신랑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영화계와 방송계, 그리고 가요계 인사들이 두루 모였다. 마치 영화제 레드 카펫 현장 못지않은 스타 파워였다. 신부 대기실에서 신부와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했는데, 김태희, 고소영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연예계 각 분야 유명인들이 오밀조밀 섞여 앉다 보니, 서로 초면인 스타들은 안면을 익히고 인사를 주고받는 자리가 됐다. 영화사를 운영하며 외화 수입 사업을 병행하는 한 영화인은 “이병헌은 데뷔 초기부터 반듯하고 예의가 발라 영화계 선배나 ‘어른’들과 잘 지냈고, 그러다 보니 충무로 출신 하객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결혼식장에 모인 영화인들을 탤런트나 가수들과 인사시키는 역할을 강제규 감독이 주로 맡았다”고 전했다. 가수 조관우도 이날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강제규 감독이 직접 술을 따라주며 배우들과 인사를 주선했다고 말했다. 톱스타 사이로 맥주잔이 오가면서 즐거운 자리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결혼식 분위기야 당연히 화사하고 행복했다. 그 와중에 ‘헌?정 커플’은 평소 이미지와 좀 다른 모습도 보였다. 앞서 결혼식 분위기를 전한 연예 관계자는 “담담할 줄 알았던 이병헌은 오히려 조금 긴장한 듯 보였고, 쑥스러워할 것 같았던 이민정은 결혼식 내내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객들과 일일이 눈인사를 하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것도 이민정이었다”고 전했다. 이병헌은 듬직했고 이민정은 귀여운 어린 신부 느낌이었는데, 신부 얼굴이 결혼식 내내 활짝 피어 있어 하객들 사이에 “신부 어머니가 서운하겠다”는 농담도 오갔다. 실제로 다이나믹 듀오가 축가를 부를 때, 이병헌은 꼿꼿이 서서 진지하게 들었지만 이민정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DJ DOC와 함께 리듬을 탔다.

톱 여배우를 며느리로 본 신랑 어머니와 한류 스타 사위를 얻은 신부 어머니는 연신 싱글벙글하면서도 가급적 말을 아꼈다. 이병헌의 어머니는 취재진과 마주하자 “좋지요, 좋습니다”라며 인사를 했고, 이민정의 어머니도 짧은 감사 인사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피로연은 이태원 바에서 프라이빗 파티로…

이날 하객은 900명, 적잖은 숫자지만 톱스타 커플의 결혼식임을 감안하면 초대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날 식장인 하얏트 호텔은 주차장이 마비되는 등 크게 혼잡했다. 일본 팬 수백 명이 몰려 호텔 객실은 만실이었고, 국내의 거의 모든 매체가 취재를 나왔으며, 로이터나 니혼테레비(일본TV), 상하이 동방TV 등 해외 매체 기자도 많았다.

레드 카펫 같은 하객도 이슈였지만, 이날 결혼식장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월드 스타들이 보내온 영상 편지였다. 브루스 윌리스와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는 물론 기무라 다쿠야와 성룡도 축하 영상을 보냈다. 한국말 잘하기로 유명한 성룡은 ‘병헌아, 오빠야. 못 가서 미안해. 아기 낳으면 꼭 갈게’라는 메시지를 남겨 하객들을 웃음 짓게 했다.

신랑 신부의 폭넓은 인맥 덕분에 축가 멤버도 화려했다. 1부에서는 가수 박정현과 색소포니스트 대니정, 그리고 김범수와 박선주가 듀엣으로 노래했다. 이어 2부에서는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가 자신들의 노래 ‘불타는 금요일’을 ‘불타는 첫날밤’으로 개사해 불렀다. 누가 받을지 관심이 쏠렸던 부케는 이민정의 일반인 친구가 받아서 그것 역시 나름대로 화제가 됐다.

본식이 끝난 다음에는 이태원의 한 바에서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100명 남짓 초대된 프라이빗 파티로, 스타 하객들을 중심으로 연예계 관계자와 이병헌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모였다. 이병헌과 가까운 친구들도 함께했다. 결혼식 내내 긴장한 모습이던 이병헌은 이 자리에서는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그는 화이트 톤의 깔끔한 정장을 입고 이민정에게 색소폰을 불어줬다. 로맨틱한 이벤트에 하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아이돌 스타 수지는 결혼식이 끝나고 “분위기 정말 좋아 부러웠다”고 말했고, 한가인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밌고, 신부가 무척 예뻤다”고 전했다. 송승헌과 정준호, 안성기 등도 “잘 어울린다” “행복해라”며 덕담을 건넸다.

큰 것에만 몰두하다 소소한 것에 무뎌지지 않겠다

결혼식을 앞두고 두 사람은 나란히 ‘행복한 삶’과 ‘변함없는 활동’에 대해 말했다. 이민정은 결혼식 날 아침 팬 카페에 글을 올려 “개인적으로 큰일을 맞이해 위치가 많이 달라지겠지만, 앞으로도 늘 같은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작은 것의 기쁨을 알며 살겠다”고 언급하면서 “두사람 다 배우로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 3시간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결혼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지금 어떤 기분인가_병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났다. 준비를 하면서도 ‘내가 정말 결혼하는 건가’ 싶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제2의 시작인데, 앞으로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겠지만 소소한 행복이 우리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 단언컨대, 배우로서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꿈틀거리고 싸워가면서 두 사람 다 배우로 활동하겠다.

민정  꼭 제작 발표회 하는 기분인데, 신혼여행 다녀오고 신혼집 이사해서 살다보면 실감이 좀 날 것 같다.

2세 계획은_병헌  계획을 세워본 적은 없고, 하나가 됐든 셋이 됐건 감사하게 키우겠다.

수입은 누가 관리하나

병헌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는데 아직 의논하지 안았다. 각자 관리할 것 같은데, 내가 그런 부분을 잘 못 한다. 많은 부분 이민정씨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지할 것 같다.

신접살림은 어디에 차리나 _병헌  어머니가 혼자 살고 계시는데, 이민정씨가 고맙게 내가 살던 집에서 살기로 했다. 처가는 시내에 있으니 촬영 중간중간 자주 찾아 뵙고 신세도 져야 할 것 같다. 민정 (농담조로)허락하겠다(웃음).

어떤 남편과 아내가 되고 싶나_병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많은 관심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고, 앞으로 커다란 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이민정씨도 크게 행복하거나 크게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자고 말했다. 큰 것에 익숙해지고 소소한 것에 무뎌지는 삶을 살았을 수 있는 데, 작은 것에 행복해하면서 살면 좋겠다.

부부가 같이 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까_병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만 지금까지 배우로서 살아온 삶은 조금도 변함없을 거다. 앞으로도 배우로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많이 고민할 거다. 민정씨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한 작품에 나오는 건 상상이 잘 안 된다. 민정 (이병헌이) 개인적인 것과 일을 잘 구분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차기작을 선택할 때 부모님이나 친구들, 회사와 많이 상의했다. 이제 우선순위를 남편에게 두고 상의할 것 같다. 병헌 제가 남편입니다(웃음).

드레스 고르고 반지 맞추고, 그런 것들은 어떻게 했나_병헌  웨딩드레스는 신부가 몰래 고르고 결혼식 날 ‘짠’하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면 신랑 눈이 하트가 되는게 정석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드레스 고를 때 ‘셀카’를 찍어서 보내주는 바람에 다 봤다. 예쁘더라. 민정 결혼반지는 아마 프러포즈에 관한 질문인 것 같다. 극장에서 영상으로, 이병헌씨 혼자 배우와 연출을 도맡아서 했다. 사실은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길래 눈치를 좀 챘다(웃음). 그런데도 감동적이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배우 이민정, ‘시월드’에 안착할까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 따르면, 헌·정 커플의 결혼식이 열리기 며칠 전 결혼식장이 약간의 리모델링을 거쳤다. 결혼식에 쓸 돌을 구하려고 담당자가 중국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졌다. 당시 리모델링을 맡았던 관계자는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 제작진의 질문에 “공사비가 꽤 많이 들였을 거다. 천장에 샹들리에를 달기 위해 사다리 등 장비를 부르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400~500만원 선’이라고 귀띔했다.

톱스타 커플의 결혼식이라 드레스며 반지 등 세부적인 내용에 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우선, 이민정의 웨딩드레스 브랜드는 마르케사다. 지난 2004년 뉴욕에서 론칭한 브랜드로 할리우드 여배우인 제시카 알바, 앤 해서웨이 등이 입어 화제가 됐다. 가격은 약 5000만원대로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 특별 주문해 들여오는 드레스다. 이날 이민정은 기자회견용과 본식용을 포함해 총 3벌의 드레스를 입었다. 커플 링으로 낀 화이트 골드 반지는 국내에 한 쌍뿐인 제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혼식이 꼭 호화롭게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병헌과 이민정은 협찬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보통 연예인 기자회견 포토월에는 협찬사 로고 등이 박혀 있기 마련인데, 결혼식 기자회견장에는 꽃 장식뿐이었다. 이민정은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도 여러 협찬 제안을 물리치고 7년 동안 함께 일한 스태프에게 맡겼다. 메이크업을 맡은 오모씨는 “어떻게 해줄까 고민하다 화사하고 어려 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그날 신부 화장에 대해 귀띔했다. 그녀는 “이민정은 평소 굉장히 털털하고 요리도 잘하는 만큼 신부로서 완벽히 준비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말을 잘 안 하는 성격”이라며 이민정을 칭찬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 후 이틀 동안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몰디브로 일주일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8월 19일 귀국한 이들은 이병헌이 어머니와 함께 살던 광주의 전원주택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이병헌은 아내를 위해 집 내부를 일부 리모델링했다. 운동 시설과 홈 시어터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방 하나를 드레스 룸으로 꾸몄으며, 베란다를 확장했다.

이병헌은 9월 초부터 전도연과 함께 새 영화를 촬영한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무사로 출연한다. 이민정은 시간을 두고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다. 연예가 일각에서는 ‘남편과 상의하겠다’는 이민정의 기자회견 발언이 말 그대로 차기작 결정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활동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언급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당분간 시댁에서 지내며 결혼 생활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하지만 본인과 소속사 측은 “배우로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철통 보안 결혼식, 여기서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헌·정 커플의 결혼식은 마치 스케일 큰 007 작전 같았다. 스타 결혼식의 ‘비공개’ 추세야 이미 수년 전부터 유행이었지만, 이날은 그야말로 ‘철통 보안’이었다.

(이병헌의 CF 멘트를 패러디하면) 단언컨대, 기자가 취재한 스타 결혼식 중에서 제일 규모가 컸고, 취재진을 막으려는 현장 스태프들의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결혼식 날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촬영 통제 좀 해주세요!” 하는 스태프들의 외침과 “지정된 공간 외에서는 사진 찍으면 안 됩니다” 하는 경호원들의 말이었다. ‘준비된’ 모습만 대중에게 보이고 싶은 스타의 마음과, 요모조모 궁금한 게 많은 대중 사이의 간극이었다.

기자회견부터 007 작전이었다. 결혼식 일주일 전에 미리 신청한 매체만 입장이 가능했고, 언론사별로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는 숫자가 정해져 있었다. 여러 명의 사진 기자가 투입된 매체는 조를 짜서 한 팀은 기자회견장에, 또 한 팀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경호원 서너 명이 와서 “복도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습니다”라며 카메라 앞을 막아섰다.

기자회견장은 호텔 내 비즈니스 센터 근처였다. 회견장으로 쓰이는 룸 옆에는 방이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이병헌과 이민정이 어느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지는 비밀이었다. 그러다 기자회견 시간 직전, 가장 큰 룸에서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해 기자들이 전부 그곳으로 몰려갔다. 경호원들은 사진 기자 앞을 막아서면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헌?정 커플은 다른 방에서 나와 기자들을 따돌리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했다.

보안이 철저하긴 본식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소속사 측은 식장 출입구에 경호원을 서너 명씩 배치하고 청첩장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하객들을 들여보냈다. 스타의 결혼식은 대개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카메라를 소지하지 않은 취재 기자들은 일단 예식이 시작되면 눈치껏 들어갈 수 있게 마련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경호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입구를 지켰다. 심지어 하객 매니저들도 결혼식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후문. 두 사람의 소속사 직원들은 하객들의 참석 여부를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가 하면, 청첩장을 갖고 오지 않으면 결혼식 입장을 제한하는 등 보안에 유난히 신경 썼다. 본식이 진행되는 동안, 호텔 스태프들이 기자회견장 안쪽을 빠르게 청소하고 새롭게 세팅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기자회견장이 바로 폐백실이었다. 스태프 몇 명이 그곳을 오가는 와중에도 경호원 한 명이 끝까지 남아 복도를 지켰다. 그야말로 철통 보안이었다.

온라인 중앙일보·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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