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과서 오류 있다고 살해 협박까지 당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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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출판사인 교학사가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다른 출판사의 7개 한국사 교과서와 함께 수정·보완 과정을 밟게 됐다. 지난 8월 말 한국사 교과서 최종 검정 결과가 발표된 뒤 일부 역사학자, 민주당 국회의원, 좌파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교학사 교과서에서 오류 200여 개를 찾아내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진 결과다. 교육부는 검정을 통과한 모든 교과서의 내용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발간된 교과서에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책을 회수해 잘못을 고치는 것처럼 인쇄·배포 이전 단계에서 오류 수정은 당연하며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교과서를 낸 출판사는 스스로 발행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살해 위협 전화까지 받았다”고 언론에 털어놨다. 쇄도하는 항의 전화와 불매운동 압력에 못 이긴 자구책으로 보인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광고주 협박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듯이 기업을 상대로 특정한 요구를 하면서 여기에 응하지 않을 때 불매운동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표현하거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법 테두리를 넘어서 강요와 협박이다. 출판사에 대한 위협은 결국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법당국은 출판사에 대한 위협 행위를 엄히 다뤄야 하며,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가 강요와 협박에서 벗어나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

 교육부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승인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민주당도 법질서를 따르기 바란다. 검정 승인 취소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해야 하며, 오류만으로 취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좌파 인사들이 이 교과서에 대해 우(右)편향 교과서, 일본 극우 성향의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보다 더 친일 교과서라고 꼬리표를 붙이며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검정 기준에 부합해 검정 절차를 통과한 교과서는 발행될 수 있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법률이다. 교육부는 교학사뿐 아니라 검정을 통과한 다른 교과서의 오류는 수정하되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검정 체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