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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밀양 송전탑' 미완의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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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송전탑 건설 지역인 산외·단장면사무소, 밀양시청을 잇따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정 총리를 태운 버스가 단장면사무소에 도착하자 정부 지원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주민과 마찰 없이 이곳을 떠난 정 총리가 이어 방문한 밀양시청에서 간담회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후 4시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사무소 앞. 정홍원 국무총리를 태운 대형 버스가 도착하자 ‘765㎸ 송전탑 아웃’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마을 노인 300여 명이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피켓을 들고 고함을 쳤다. “주민들 다 죽이고 철탑 세워라” “보상은 필요 없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합의안이 일부 마을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표됐다. 정 총리는 이날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을 방문해 주민대표위원 10명과 한전·밀양시·경남도·산업통상자원부로 구성된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와 지원안 핵심 사항에 합의했다. 정 총리는 이어 이 지역 ‘밀양 선밸리 태양광사업’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총 발전용량 11㎿의 태양광시설은 그간 송전탑 건설 갈등을 빚어온 단장면 등 5개 면 송전선로 아래 구간 일대에 건설될 예정이다. 송전탑 공사는 추석 직후에 재개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밀양 송전탑 갈등 최종 해결을 위해 555억원 규모의 보상액을 약속했다. 보상액은 전액 한전 예산으로 지원된다. 합의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지역특수보상사업비(마을 단위 지원, 개별 지원) 185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제시된 협상액보다 20억원 증액된 액수다. 185억원 중 최대 40%는 세대별로 균등 분배하기로 했다. 보상금은 가구당 400만원꼴로 추산된다. 또 농산물 공동판매시설 건설을 위해 애초보다 30억원 늘어난 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MOU를 체결한 300억원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 역시 지역 보상안 중 하나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의 수익을 밀양시와 밀양 주민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안에도 불구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은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마을 주민 일부는 송전탑 건설 합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보상은 필요 없다”며 “공사를 재개하면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대책위 위원장인 김준한 신부도 정 총리에게 호소문을 전달하고 송전탑 구간을 지중화(땅속에 파이프를 묻고 그 안에 전선이 지나도록 하는 것)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압을 기존 765㎸에서 345㎸로 낮추고, 송전선을 지중화하면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합의안은 지난 4개월간 중단돼온 밀양 송전탑 공사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신고리원전 3호기의 준공 및 가동 시기인 내년 3월에 맞춰 송전탑을 완공하려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밀양 송전탑 건설이 물러서기 어려운 사안이다. 신고리 원전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선로는 신고리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에 이르는 90.5㎞ 구간이다. 여기에 765㎸의 송전선로가 설치된다. 선로는 울주군과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와 밀양시를 지난다. 여기에 건설되는 송전탑은 모두 161기. 울주군 지역은 2011년, 양산시는 지난해 공사를 끝냈다. 기장군과 창녕군도 올해 3~4월에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밀양 공사구간은 69기의 송전탑 가운데 52기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과 단체가 요구하는 송전선 지중화는 공사 기간만 12년, 비용은 송전탑 건설 비용(520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황선윤·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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