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임종 순간, 장례 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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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평소에 몸이 편치 않았다. 오래전부터 파킨슨병과 무릎질환을 앓아 힘들어 했다. 그러나 아픈 몸을 이끌고 서거 전까지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했다.

◆투병에서 서거까지=지난 2월 1일 지병에 노환.독감까지 겹쳐 입원했다 10일 퇴원했다. 그러나 24일 독감 증세가 더욱 악화돼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결국 기관 절개수술을 받았다. 30일부터 코로 삽입된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공급받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부터 교황은 갑자기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시달렸다. 요로감염이었다.

교황은 이때 입원을 거부했다. 대신 죽어가는 자를 위한 마지막 의식인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받겠다'고 말했다.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2일 오후 8시 고위 성직자들이 모인 가운데 병자성사가 거행됐다. 선종 직전 교황은 강복의 자세로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창문 쪽을 응시했다. 성베드로 광장에서 묵주 기도를 바치고 있던 수만 명의 신자를 의식한 것이다. 이때 40년간 자신을 보좌해온 지위즈 대주교가 교황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번째 병자성사 기도가 끝나자 그는 '아멘'이라고 말하는 입 모양을 취했다. 그날 오후 9시37분 교황은 숨을 거뒀다. 사인은 패혈성 쇼크와 치유 불가능한 심부전 증세.

◆장례와 추모 절차=먼저 사망을 확인했다. 교황청의 성청 장관이 교황의 이마를 은망치로 세 번 두드리며 그의 세례명인 '카롤'을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이어 성청 장관은 교황의 손가락에 끼어 있던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를 뺐다. 성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는 그림이 새겨진 금반지로 교황권을 상징한다. 교황은 성베드로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교황의 장례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사망 후 4~6일에 지냈다. 추모기간은 9일이다. 이번엔 사망 4일 후인 6일이 장례식이다. 교황의 시신을 방부 처리한 다음 성베드로 대성당 한가운데 안치한다. 월요일 오후부터 일반인 문상이 가능하다. 장례식은 대성당에서 열린다.

◆추모 행렬=교황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바티칸 교황청 주변에는 7만여 인파가 몰려 애도했다. 장례식에는 모두 200만 명 정도가 참석할 것이라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보도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서울=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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