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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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情)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다문화가족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 와타나베 미카(52·사진) 회장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1987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정’을 잘 몰라 오해가 많이 생겼는데, 이제는 그 진심을 알게 됐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물방울나눔회는 KBS 프로그램 ‘러브人 Asia’ 출연진과 여러 다문화 가족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다. 와타나베 회장은 “다문화가족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알리고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결성된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족이 직면한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와타나베 회장은 “친구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명료하게 답했다. 남편만 믿고 온 낯선 땅에서, 시댁 문화 등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힘든데 믿고 의지할 곳이 없어 더 힘들다는 것.

 다문화가족이 점점 증가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다. 여성가족부(장관 조윤선)는 ‘2012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은 26만6547가구로, 결혼이민자·귀화자 등이 28만3224명이며, 배우자가 23만4505명, 만 9~24세 자녀가 6만6536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네트워크는 약하다. ‘자신이나 집안에 어려운 일’ 발생 시 의논 상대가 없는 결혼이민자 비율이 2009년 15.5%에서 2012년 21.7%로 6.2% 증가했다. 지역주민 모임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비율도 2009년 72.2%에서 2012년 86.7%로 14.5% 증가했다. 한국 생활의 어려움으로 ‘외로움’을 호소한 결혼이민자도 14.2%.

 와타나베 회장은 “한국어 능력이 향상되고, 취업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는 오히려 약화 되고 있다”면서 “물방울나눔회는 사회경제적 진출 확대를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 결혼이민자의 능력을 활용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 자조모임 활성화, 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물방울나눔회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어려운 다문화 가정에 전달하거나, 갖고 있는 문화 콘텐트를 최대한 활용해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행사를 열고 있다. 인사동과 청계 광장 등에서 ‘문화나눔마당’ 행사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올해에는 지난 7월 6일 강원도 홍천에서도 진행했다.

 물방울나눔회는 자발적인 모임이다. 재정적인 문제를 비롯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와타나베 회장은 “다문화 활동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결국 한국 사람들”이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마운 한국인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어떻게 다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그 고마움에 답하는 건 회원들과 협력단체 모두 힘을 합쳐서 앞으로 다문화 네트워크를 더 활성화하는 것이에요.”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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