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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인터뷰] 일본 고이즈미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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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25일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신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지와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를 하고 한일 관계에 대한 구상과 북한 핵 문제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정상회담을 열기는 이번이 네번째다.다음은 일문일답.

-한.일 양국이 5년 전 '21세기를 향한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한 이래 양국 간 우호.협력관계는 한층 확대되고 국민들 사이의 친근감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해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가.

"한국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정치.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다. 최근 양국 관계는 한층 깊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미래를 향해 강고한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일.한 양국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도 매우 중요하다. 일.한 양국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민 사이의 상호 이해를 깊게 하고 신뢰 관계와 우정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청소년.스포츠 교류를 촉진하는 '일.한 공동 미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양국민 사이의 신뢰 관계와 우정을 기반으로 삼아 양국 관계는 물론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리고 대북 정책과 일.한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대응에서도 손에 손을 마주 잡고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한.일 FTA 체결과 관련해선 현재 양국 산업계.관계.학계에 의한 공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양국 정부의 교섭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일.한 FTA는 향후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과제다. 양국이 동아시아의 연대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공동연구회에서 유익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 핵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관해서는 관계 각국과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로선 현 시점에서 확정적인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북한 핵문제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국제적인 핵 비확산체제에 관계된 문제인 동시에 일본의 안전보장에 있어서도 중대한 우려 사항이다. 앞으로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그밖의 관계국 및 국제기구와 협력하면서 북한 측에 끈질기게 (핵무기 개발 계획 포기 등을) 촉구해나갈 방침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시인과 핵 시설 가동 움직임 등으로 제네바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대북 경수로 지원을 비롯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업의 지속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KEDO 활동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KEDO의 장래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결론을 낼 것이 아니라 관계국들이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일 국교 정상화 교섭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 핵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향후 북.일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

"일.북 평양선언(지난해 9월 17일)을 바탕으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문제 등 일.북 간 현안을 해결해 국교 정상화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생각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되는 것은 국제사회뿐 아니라 북한에도 이익이 된다. 현재 일.북 국교 정상화 교섭을 곧바로 개최할 수 있는 전망은 서 있지 않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한.미 양국과 긴밀히 연대해 여러 현안의 해결을 위해 북한 측에 전향적인 대응을 끈질기게 촉구할 생각이다."

-일본 경제는 아직도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했다. 일본 경제는 언제쯤 본격 성장 궤도에 들어서게 되나.

"일본 경제는 세계적 규모의 사회.경제 변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복합적인 구조 요인에 의한 정체에 직면해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는 만큼 세출.세제.금융.규제 등 4대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과 일체가 돼 디플레이션 극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에는 높은 기술력, 풍부한 개인자산, 사회의 안정 등 경제 발전을 받쳐 주는 거대한 기반이 존재한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과 기업, 지역이 전향적인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구조 개혁이 순조롭게 성과를 거두면 2005년 내지 2006년께에는 중기적인 성장 궤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대담하게 구조개혁을 추진할 생각이다."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노무현 신임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게 됐다. 한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번에 한국의 노무현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盧신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해 월드컵의 공동 개최 등을 거쳐 일.한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는 한층 깊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 양국이 참된 의미의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상호 이해와 교류를 깊게 해 나갈 생각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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