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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김치 연구로 특화 … 충남대 1인당 SCI 논문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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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석사 1년 차인 김은지(22)씨는 올해로 2년째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다. 학·석사 연계과정을 통해 학부 4학년 때부터 식품미생물실험실로 출근했다. 당시 선배들과 된장을 발효시키는 ‘고초균’에 대해 연구했고, 지금은 김치 미생물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학과에 설치된 이 실험실에서는 기능성 유산균을 함유한 김치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씨는 “대학원 분위기도 미리 익히고, 일찍 시작해 졸업도 한 학기 빨리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것 같다. 전문성을 쌓아 졸업 후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부 1학년 때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 신입생에게 지도교수를 붙여 취업 로드맵을 짜게 하는 학과 방침 덕분이다. 첫 학기부터 기업·연구소·정부 부처를 방문한다. 이 학과는 전국 58개 대학 식품영양학과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다. 장해춘 학과장은 “2004년부터 5년간 교육부 인력양성사업단으로 지정돼 학과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맞춤형 현장교육을 했다”고 소개했다.

 조선대 식품영양학과처럼 올해 학과 평가에서 수도권 대학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지방대 우수 학과의 비결은 맞춤형 현장교육, 융·복합 연구와 특성화였다. 전남대 건축학부는 2005년 건물 마감재를 개발하려 산림자원·전기공학·기계공학·의학과 교수를 모은 ‘바이오하우징연구단’을 구성했다. 마감재의 독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좋은 목재를 구하는 방법 등을 함께 연구했다. 한국연구재단의 국책 과제를 맡아 7년간 매년 30억원씩 지원받았다. 또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완충재 개발을 위해 화학·기계공학과와 협업했다. 이 학부의 교수 1인당 외부지원 연구비(3억7862만원)는 연세대에 이어 2위다. 황재승 학부장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면 전공을 넘나드는 연구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교수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특성화에 집중하는 지방대일수록 우수 논문이 많이 나왔다. 충남대 약학과, 한남대 수학과는 평가 대상 학과 중 교수 1인당 SCI 논문 수가 1위였다. 충남대 약학과는 뇌졸중·치매 등을 유발하는 심혈관계 질병 연구에 중점을 둔다. 2010년부터 9년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 5억원을 지원받는다. 한남대 수학과는 2011년 금융공학 연계 전공을 만들었다. 최근 금융업에서 수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데 따른 조치다. 이 학과 유천성 교수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대의 상황은 어렵지만, 교수 사비를 털어서 장학금을 마련하는 등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논문 실적이 우수한 청주대 통계학과는 국내·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 학과 류제복 교수는 “대학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수들이 여러 분야를 접목해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1인당 SCI 논문 수(2.15편)가 전국 57개 학과(평균 0.8편) 중 1위인 부경대 물리학과는 전자현미경 등 고가 장비를 갖춘 공동실험실습관 두 곳을 운영 중이다.

◆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한은화·하선영·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자료 수집·분석=김효진·안세환 연구원 univ@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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