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와 공중 「모럴」의 진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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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름철의 바캉스를 사치나 허영으로 보는 경향이 요즘에는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이른바 「바캉스·붐」이 이제는 빈부의 차별이나 남녀노소의 구별 없이 거의 일반화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여가를 즐긴다는 것의 효용을 모든 국민이 옳게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할 때 반가운 현상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바캉스는 단지 피서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나 정신 위생의 증진을 위해서, 또 혹은 내일의 새로운 근로 의욕과 삶에의 의지를 북돋워 주는데 있어 다시 없이 건전한 행락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바캉스는 그 계획을 짜는 일부터가 벌써 교육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전국의 해수욕장, 명산·고찰의 교통편, 숙박 시설 등을 알아보며, 스케줄을 짜며 그 비용 예산을 어림해 본다는 것은 틀림없이 모든 국민이 넓은 의미에 있어서의 사회 교육 과정을 밟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수록 바캉스 계획을 짜는데 있어 국민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국가적인 관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운수 업자와 유원지의 각종 업자들이 부리는 횡포와 바가지 요금이다. 정기 교통편을 믿을 수 없고, 유원지의 바가지 요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속 있고 알뜰한 스케줄을 깔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난 주말의 경우에도 보도에 의하면 숙박 요금이며, 음식·청량 음료 값을 시가보다 30%씩 이나 올려 받기가 일쑤였다는 것이니, 우리는 유원지 업자들의 야박한 상혼을 개관하며, 동시에 이러한 현상에 대한 당국의 속수 무책을 크게 유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우리는 관광, 유원지에서 날뛰는 폭력배나 풍기 물란 사범에 대해서도 그 근본적인 기본 책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치안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루동안, 전국의 유원지에는 1백만이 넘는 인파가 붐볐는데, 그 속에서 폭력사범 80명, 풍기사범 3백39명이 검거된 것을 비롯하여 익사자만도 21명이라는 불쾌한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한가지 흐뭇한 얘기로는 서울과 부산의 경우, 어느 곳보다도 바캉스 인파가 많이 붐볐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5건의 수난 사고가 발생, 그나마도 그 전원이 여름 경찰서원들에 의해 구조돼 한 사람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쾌보로서, 우리는 여름 경찰서의 효용을 새삼 재평가하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해 마지않는다. 동시에 우리는 치안 당국에 대해서 전국 모든 해수욕이 나 명산·고찰 주변에도 여름 경찰 지서 같은 것을 설치, 앞으로 한달 동안만이라도 유원지의 명랑한 환경을 확보하고 지켜주는 노고를 계속 해주기를 바라고 싶다. 특히 대도시에서 외진 곳이나 야간에 바캉스를 즐기는 장소에도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이번 교훈을 계기로 새삼 요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일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경찰의 고마움을 재인식하는 기호의 기류가 될 수 도 있겠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모든 국민이 바캉스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서로가 모두 깍듯이 공중 도덕을 지키는 관습을 길러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남이 지키지 않으니까, 나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나만이라도 솔선 공중 도덕을 지킴으로써 모두가 나를 따라 온다는 자각으로 모든 국민이 협심 노력하는 가운데 여름 한철의 바캉스가 자신의 훌륭한 재생을 기약할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모럴을 향상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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