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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강성현] 사람은 ‘돈’ 때문에 죽고,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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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돈’ 때문에 죽고,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 (人爲財死,鳥爲食亡) 
:사람은 재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

참새는 물론,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猛禽類)도 농약 묻은 작은 곡식 알갱이 하나를 탐하다 아까운 삶을 마감한다. 겨울철 임진강 부근을 거닐다 보면 날개 길이 2미터나 되는 독수리들이 종종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농약을 섞어 뿌려 놓은 곡식 알갱이를 주워 먹다 비명횡사한 것이다. 멧돼지, 고라니 같은 짐승들도 밀렵꾼이 뿌려 놓은 독극물을 먹고 죽는다.

어리석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그토록 요란하게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동흡과 국방장관 후보자 김병관이란 이름도 잊혀져간다. 헌법 재판관을 역임했고, 육군대장까지 지냈던 이들이 비명에 간 것도 들여다보면, 재물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듯하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도 자신의 명예에 비하면 ‘푼돈’에 지나지 않는 뇌물을 받고 대기업의 탈세에 적극 가담하여 쇠고랑을 차게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재물을 탐해, 살았으나 이미 죽은 몸이 됐다. 

한 때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누리며 독수리같이 창공을 비상(飛翔)했던 이들은 ‘농약 묻은 돈’ 때문에 비명횡사한 것이다. 애석하고 애석할 뿐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뇌물로 모은 재산, 사기를 쳐서 착취한 돈, 리베이트로 증식한 재산, 고리대금으로 축적한 부(富), 권력을 등에 업고 갈취한 재물은 언젠가는 ‘피’의 대가를 치르고 만다.

고금이래로 ‘돈’ 을 먹고 죽은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 순간에도 다른 한 쪽에서는 계속해서 이 ‘농약(뇌물)’을 주워 먹으려는 공직자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머리가 우둔한 사람들을 가리켜 비속어로 ‘새 대가리’라고 한다. 어찌하여 유능한 공직자들이 ‘새 대가리’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가.

 잠언(箴言)에도 “뇌물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한 푼 두 푼 애써 번 돈이라야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지금은 꽤 오래돼서 이름은 기억되지 않지만, 뇌물사건에 연루돼 감옥으로 향하면서 던진, 국세청 고위 공직자의 절규(絶叫)가 폐부(肺腑)를 송곳처럼 찌른다.

 “ … 당시 돈 가방을 택시 밖으로 던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恨)이다.”

산시(陝西)성 웨이난(渭南)사범대학 교수 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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