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멸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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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무성 소식통은, 28일 주한미군의 일부를 철수할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으며, 첫 철수규모는 내년 말을 기점으로 1개 사단 이하의 병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시사했다고 한다. 또한 이보다 앞서 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27일 2백50명의 민간단체지도자들에 대한 연설에서『태평양 또는 아시아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의 추가철수에 관해서 상세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우리는 「닉슨·독트린」에 따라 세계 경찰관으로서의 우리의 역할을 줄이고 있는 만큼 이미 그와 같은 철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금년 들어 지난 2월 하순 미 상원 사이밍턴 위원회에서 주한 미군문제에 관한 비밀청문회가 있었고, 지난 4월9일 타이밍스 미 상원의원은 주한미군 l개 사단의 철수를 건의한바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기한 레어드 미 국방의 시사는 종래의 감축 설과는 달리, 다름 아닌 미 국방 책임자의 시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감축시기와 규모를 보다 구체적으로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주한 미군 감축 설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인상이 짙은 것이다.
국군의 파월 이래 한때 잠잠하던 주한 미군 감축 설이 다시 고개를 부쩍 들게된 이유를 우리는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현재 월남전쟁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사태로 말미암아 동남아는 격동하고있다. 한편 북괴는 1970년대의 무력적화 통일을 호언하고, 그를 위한 전쟁준비에 광분하고있고 대 남도 발을 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상황에 대처해서 미국은 한국과의 방위유대를 계속 굳게 할 것은 물론, 한국에서의 전력을 앞으로 더욱 강화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이유를 우리는 쉽게 수긍할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근거로서 한국의 자위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한국안보에 별반 지장이 없다는 것, 성군과 더불어 한국군 현대화를 도모하면 별 영향이 없다는 것 등을 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한국이 그 이전과 비교하여 군사 면에서나 경제면에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위력은 아직도 발전도상에 있는 것이며 현안의 한국군 현대화계획은 아직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한 미군의 감축규모가 비록 작은 규모의 여단규모든, 연대규모든, 우리가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감축의 근거가 매우 불투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단행하려는데 있으며, 그것은 미국의 대한방위의지의 이유 없는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겠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한미군의 현 규모 주둔을 계속 바라는 것은 동 병력의 전투력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군 주둔자체의 의의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렇게 한으로써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충실히 책임 있게 이행한다는 의사표시를 항상 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심리면에 있어서 한국국민의 사기를 앙양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실질적으로는 중공-소 등 방대한 후방기지를 배경으로 하는 북괴와 대결해서 군사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회고하건대 한국의 긴장은 지난날과 비교해서 조금도 완화됨이 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토는 의연히 분단된 가운데 냉·열전이 계속 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것이며, 그것은 공산측에 대해 오히려 오산과 속단의 기회를 주어 그 침략성을 조장하는 결과밖에는 안 될 것이다.
29일 국회외무위원회에서는 주한미군 철수설의 진상과 대책을 물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적어도 냉전 후유증이 가실 때까지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계속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한 대미교섭을 강화 할 것을 당 노자들에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미국의 재 배려를 거듭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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