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후 건강관리법] 뙤약볕에 망가지는 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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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에 손상된 피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색소 침착, 피부노화, 피부암 등 2차 손상의 원인이 된다. [김수정 기자]

여름철 강렬한 태양은 피부의 최대 적이다. 자외선 때문이다.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도 땀이 흐르거나 물에 들어가면 ‘말짱 도루묵’이다.

수시로 덧바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휴가철에 자외선 노출량은 증가한다. 바닷물과 모래에 반사된 햇빛은 자외선이 더욱 강하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화끈거리거나, 물집이 나타난다. 여름휴가철 이후 피부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는 이유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강한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는 정도에 따라 관리방법이 다르다”며 “제대로 관리해야 색소 침착, 피부 노화, 피부암으로부터 피부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자외선으로 인한 각종 피부 손상과 그에 따른 관리법을 알아봤다.

노출 30분 넘으면 피부 붉게 달아올라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가 금세 붉어진다. 자외선에 의한 홍반 반응이다. 자외선에 노출된 지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간 이후 나타나는 급성 반응이다. 김범준 교수는 “피부 진피혈관이 확장된 것으로 세포 수준에서 회복이 일어나 금세 소실된다”고 말했다.

물집 생겼을 땐 찬물·오이로 마사지

홍반에 이어 저녁 무렵, 일광(햇빛)화상 증세가 나타난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 중 가장 흔하다. 피부가 화끈거리고 붉게 달아오른다. 심하면 물집이 생기거나 오한·발열·오심 등 전신증상을 동반한다. 김 교수는 “햇빛에 노출된 뒤 4~6시간 잠복기를 거친 후 발생하고, 12~24시간에는 최고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때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얼음·차가운 물수건으로 찜질을 하거나 우유·냉수·화장수 등을 거즈에 적셔 피부의 열기를 제거한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달아오른 피부에는 녹차 우린 찬물에 화장솜을 적셔 올려주거나 오이를 얇게 썰어 올리면 열이 식으면서 피부가 진정된다”고 말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면 하루 2~4번 20분간 찬물에 몸을 담근다. 심하게 부어오른 부위는 샤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찬 물로만 헹궈 내는 것이 좋다. 그래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으면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연고나 소염진통제를 처방받는 것이 안전하다.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흐르는 것은 2도 화상이다. 강 원장은 “물집은 터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터지면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소독한 뒤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물집에 직접 연고를 바르면 자극이 될 수 있다. 제거 후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2~3일 지난 뒤 피부색 까맣게 변해

자외선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를 자극한다.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 피부색이 까맣게 변한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다. 이후 멜라닌 색소는 각질층을 통해 피부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다시 원래 피부색으로 되돌아온다. 김 교수는 “자외선에 노출돼 까맣게 얼룩진 피부는 시간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레이저시술이 색소를 파괴해 색을 옅게 만들지만 전신에 반복적으로 받을 수 없으므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타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자외선차단제로 더 이상 타는 걸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부 벗겨지면 때수건 사용 피해야

까맣게 탄 피부는 며칠이 지나면 벗겨지기 시작한다. 강 원장은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세포가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라며 “심하게 벗겨질수록 손상된 피부세포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때 손이나 때수건으로 피부를 무리하게 벗겨내지 않는다. 김 교수는 “피부가 건조해지고 손톱에 의해 흉터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로션·크림 등의 보습제를 발라 저절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피부가 예민한 상태이므로 스크럽·때밀기 같은 자극적인 관리는 피한다.

자외선은 기미·주근깨·검버섯 원인

건강한 피부는 자외선의 작용으로 다소 검어져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장기적·지속적으로 자외선의 영향을 받으면 기미·주근깨·검버섯 등의 형태로 색소 침착이 나타난다. 특히 주근깨는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더욱 진해진다. 흰 피부에 생기는 주근깨는 대부분 햇빛 노출 때문에 생긴다.

심하면 레이저시술을 권장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멜라닌색소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시술이다. 옐로레이저·레이저토닝·IPL 등 다양하다. 개인의 피부 유형과 병변, 증상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김 교수는 “피부가 손상된 상태에서 시술하면 각질층이 얇아져 심한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각질층이 회복된 이후 시술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기미는 히드로퀴논 같은 멜라닌색소 억제 약물로 관리할 수 있다. 평소에는 집에서 하는 천연팩(팁 참고)으로 미백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타민 C 섭취하고 숙면 취해야

자외선에 의한 작은 손상이 모이면 피부 노화가 빨라진다. 이를 광노화라고 한다. 나이에 의한 자연 노화보다 속도가 빠르다. 자외선이 ‘동안 피부’의 중요 요소인 콜라겐의 합성을 억제한다. 광노화된 피부는 주름이 많고 탄력이 없어 축 처진다. 또 피부 톤이 칙칙해진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된 사람이 1~2시간 노출된 사람에 비해 피부 노화 위험도가 4.8배 이상 높았다.

광노화는 비타민A 크림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일명 ‘신비의 연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레티노인 성분이 각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멜라닌색소를 감소시킨다. 또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 탄력에 좋다. 식약처가 인증한 국내 유일의 광노화 치료제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처방받을 수 있다. 평소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 피부세포 재생이 활발한 오후 10시~오전 2시에 숙면을 취한다.

자외선 손상, 100% 되돌릴 방법 없어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은 광노화에 이어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 피부암의 대부분은 햇빛에 의해 심한 화상을 입었거나 평소 햇빛 노출이 많은 피부에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미우 교수는 “햇빛에 항상 노출돼 있는 얼굴은 엉덩이 피부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높고, 피부 노화가 20배 정도 심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은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심한 일광화상이 몇십 년 후 흑색종이라는 피부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는 예전 건강한 피부로 완벽하게 되돌릴 수 없다”며 “자외선차단제와 긴 의복, 양산,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오경아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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