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이 러브 乳 유 러브 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쌀과 우유가 남아돈다. 지난해 쌀의 1인당 소비량은 87㎏. 1996년 1백5㎏에 비해 18㎏ 가까이 줄었다.

우유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경우 국내 우유 생산량은 8.5% 늘어난 반면 판매량은 3.8% 줄어든 상태. 여기에 값싼 외국산 분유가 저관세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농림부와 농협.낙농진흥회 등에서는 우유와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각종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며 각 업체들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랑한다면 꼭 챙겨주세요".

쌀소비 캠페인의 문구다. 광고에는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월드컵 영웅 김남일과 김태영이 등장한다. '쌀'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가정의 훈훈함을 연인들의 사랑 고백으로 변화시켰다.

쌀의 이름도 '러브미(LOVE米)'로 했다. 이 캠페인을 주관하고 있는 농림부 측은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쌀에 대한 의식을 바꾸기 위해 이 같은 광고를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농림부 남태현 서기관은 "쌀 소비량을 지금 당장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5~10년 후 식탁을 책임지게 될 10.20대가 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쌀의 이름을 영어와 한자가 혼합된 '러브미'로 붙이고 젊은 모델을 기용하는 등 젊은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우유업계에서도 어린이들의 영양공급원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우유 소비를 10.20대로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농림부에서는 연간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장나라를 주인공으로 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우유 강습.간접 광고 등 갖가지 방법으로 우유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비 촉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남아도는 쌀과 우유를 활용한 각 업체들의 신제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CJ는 오는 3월 중순 '쌀생면'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삼국사기에 언급된 쌀 발효식품 '장수'를 응용한 쌀 발효음료를 내놓을 예정이다.

쌀음료인 '아침햇살'로 호응을 얻었던 웅진식품은 올해 초 바나나맛 아침햇살과 딸기맛 아침햇살을 내놓아 쌀 음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쌀로 만든 화장품인 CJ 식물나라의 '라이스데이' 피어리스의 '희노애락 링클 스트레치 크림' 애경의 '화이트라이스 클렌징'도 등장했다. 훼미리마트.세븐일레븐.LG25 등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 제품을 강화하며 여러가지 종류의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서울우유에선 지난달 다이어트용 우유와 요구르트 '미즈(美's)'를 내놨다. 서울우유 측은 이 제품이 체지방 축적 억제 성분과 다이어트시 부족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20대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우유는 '미즈' 출시와 함께 요구르트를 이용한 누드쇼를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일반 우유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유가공 업체들은 가공유.발효유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우유속 진짜 딸기'등 가공유 시리즈를 내놓았다. 매일유업도 '맛있는 우유 속에 과즙'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미용을 위한 떠 먹는 요구르트의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제품들의 공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20.30대의 소비를 끌어낸다는 점이다.

서울우유 신의식 과장은 "우유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콜라.사이다 등 청량음료를 선호하는 10대.20대들의 입맛을 잡아야 한다"며 "최근 젊은층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바나나 우유로 가공유 시장의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빙그레는 바나나 우유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전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빙그레 이성현 대리는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광고를 내보내며 젊은층 대상 마케팅을 강화한 이래 매출이 급격해 늘어났다"며 "프렌치카페.카페라떼 등 우유 가공제품들이 커피 제품으로 변신한 것도 젊은층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자유화 조치 이후 오렌지 수입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줄어든 제주 감귤을 이용한 주스도 올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감귤 주스를 판매했던 롯데.해태.매일.한국야구르트 등은 올해 생산량을 30~40% 가량 늘려잡고 있다.

해태음료 김동욱 부장은 "지난해 4백억원대였던 감귤 시장이 올해는 6백억~7백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날씨가 따뜻해서 감귤 작황이 좋은 만큼 원료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