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업 '불황의 바다'서 탈출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현대미포조선 임직원들은 요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연말은 아직 멀었지만 벌써 연간 수주 목표치의 80%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76척, 금액으로는 25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인 32억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연말에 한 척당 3100만 달러였던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가격이 최근 3500만 달러로 뛰어올랐다는 점도 고무적인 소식이 됐다.

 장기 불황으로 고전했던 조선업계에 서서히 봄기운이 돌고 있다. 수주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된 데다가 선박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6일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에 187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119척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DWT(재화중량t수) 기준 수주량도 같은 기간 777만t에서 1694만t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CGT(수정환산t수) 기준으로도 373만t에서 623만t으로 급증했다. 덕택에 CGT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도 31.1%에서 35.5%로 높아졌다. 선박 가격이 상승 추세라는 점도 호재다. 1만2800~1만3500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급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 척당 가격이 지난 6월 7일 1억600만 달러에서 8월 2일 현재 1억850만 달러로 상승했다. 11만t급 중형 유조선(아프라막스급) 가격도 4700만 달러에서 두 달 만에 4875만 달러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업계에서는 2012년 실적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올 상반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냉정한 지적이 적지 않다. 그동안 저가 선박을 대거 수주한 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266척이던 수주 실적이 올 상반기에 387척으로 급증했고 DWT나 CGT 기준 수주량 역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때문에 세계시장 점유율도 32.1%에서 41.2%로 급등해 국내 업계와의 격차가 1%포인트에서 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편이긴 하지만 해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도 여전해 완전한 회복 시점을 예측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