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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放火 120여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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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0대 남자가 대구시내 도심을 통과하던 지하철 객차에 불을 질러 1백20여명이 목숨을 잃고 1백34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19일 오전 1시 현재 50구의 시신을 수습했고 현장 합동 감사 중 출입문이 닫혀 있는 객차 등에서 70구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실종신고 접수가 1백65건에 이르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순간 대구지하철 중앙로 역사에는 두 대의 전동차가 상.하행선을 통해 차례로 도착한 뒤 모두 불길에 휩싸이면서 객차의 시트 등에서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

◇발생=대구 진천역에서 안심역 방면으로 운행하던 대구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대구 도심의 중구 남일동 중앙로역에 도착한 것은 18일 오전 9시53분쯤.

전동차가 도착하기 직전 1호 객차에 타고 있던 방화 용의자 김대한(57.무직.대구시 서구 내당동)씨가 앉은 채로 라이터를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주변의 승객들이 화재 등을 우려해 제지했지만 金씨는 말을 듣지 않았다.

전동차가 역사에 도착하고 출입문이 열리는 순간 金씨는 가방에서 인화성 물질이 들어 있는 흰색 플라스틱 통을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승객 일부가 열린 문으로 빠져 나가던 중이었다.

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면서 자신의 옷에 불길이 옮겨 붙자 金씨는 가방을 바닥에 던졌다. 불은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으면서 전동차 전체로 옮겨 붙었다.

◇피해=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대부분 연기와 유독가스에 질식했으며 미처 객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불에 심하게 탄 채로 발견됐다. 상당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뒤늦게 도착한 객차의 경우 정전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 불은 중앙로역에 도착한 상.하행 전동차 객차 12량을 모두 태운 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완전히 꺼졌다.

◇화재진압과 수색작업=대구소방본부.경찰.2군사령부 등은 현장에 1천3백여명의 소방인력을 투입해 진화와 구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통풍구와 지하철 진.출입구 등을 통해 시커먼 유독가스와 연기가 대량 분출돼 화재발생 세시간이 지나도록 현장 접근이 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수사=경찰은 金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추궁하고 있으며 피해가 컸던 이유 등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열차가 아닌 반대편에서 들어오던 전동차가 멈추지 않고 역사로 진입해 수십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이 전동차 기관사인 최상열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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