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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출동] "공원 꾸민다던 약속 잊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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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산 안기부 건물은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

서울시가 중구 예장동 남산 도시자연공원의 옛 국가안전기획부 건물에 소방방재본부를 입주시키기로 결정해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달 중 법원에 입주 불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서울시엔 이미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남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남사모)대표로 소방방재본부 입주 저지운동에 앞장 선 중앙일보 독자 김수안(金水雁.54)씨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았다.

◇서울시, 당초엔 "공원 용도 사용"=서울시는 1995년 12월 지상 6층.지하 3층 규모(연면적 2천8백76평)의 옛 안기부 본관 건물과 지상 4층.지하 2층 규모(연면적 2천2백15평)의 안기부 별관 등을 8백43억원에 인수했다. 3.4공 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중앙정보부 건물이다.

'남산 제모습 가꾸기 사업의 일환'이라는 게 당시 조순(趙淳)서울시장이 밝힌 인수 동기다. 그때 서울시는 "공원시설 용도에 맞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건물을 시민 도서관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철거해 휴식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시 내부에선 반론이 많았다. 서울시 청사가 부족한 만큼 청사로 활용하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이듬해 10월 서울시 산하 시정개발연구원과 도시철도 공사가 입주했다.

이후 시는 2001년 시정연을 서초동 신축청사로 이전하고 현재 종로구청에 있는 소방방재본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시정연 이주가 시작되자 주민과 서울시 사이엔 갈등이 불거졌다.

◇3년째 계속 중인 법리 공방=중구 주민들로 구성된 남사모는 2001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도시공원법을 위반한 불법 건축물을 계속 남겨두고 시 청사로 사용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행복추구권과 생활환경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수안씨는 "도시공원법상 자연공원 내에는 공원시설만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며 "서울시가 이 건물을 시청사로 사용하는 것은 도시공원법 2조와 시행규칙 6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 건물이 세워지던 1972년 당시 공원법에 따르면 공원용지 내 공공청사 건립이 가능했다"며 "1980년 제정된 현 도시공원법 부칙에도 법 제정 이전에 건축된 건물은 예외로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金씨는 "1967년 제정된 옛 공원법에서는 점용 인.허가만 받으면 공원에 건물을 세울 수 있었다"며 "옛 공원법이 적용될 당시 안기부가 건축 인.허가를 받았지 서울시에서 인.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관할 중구청도 반발=중구청은 "서울시가 계속 시 청사로 사용하는 것은 '남산 제모습 가꾸기사업'과 모순된다"고 주장한다. 중구 의회도 최근 서울시에 건물의 용도 변경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서울시 방침에 반발했다.

金씨는 "남산의 제 모습을 찾기 위해 멀쩡한 한남동 외인아파트도 헐었다"며 "문학인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옛 안기부장 공관 건물처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산 주변지역에 적용되는 고도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남산 주변의 필동 등 6개 동(洞)은 최고 고도지구로 지정돼 3~5층 높이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김수안 독자.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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