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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나는 매해 여러 곳을 여행할 때마다 새삼느끼는 것이있다. 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곳인가 하는 것이다. 설악산·제주도·경주·해인사등 명승지는 누구나 다 잘아는곳이다. 수천의 학생들은철따라 단풍을 찾아가며 또 시원한 바닷가로 몰리기도하고 더러는 대관령 「스키」를 즐긴다. 이 모두가 아름다운 곳이어서 누구나가 다 가보곤싶은 곳이며 나도 그 대부분을 찾아즐겨보았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운풍경은 명승지에서 뿐만아니라 전혀 생각지않았던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수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는-사실은 이것은 단지 풍경이라기보다는 정서와 얼이 깃들인곳이라 생각되는데-여름오후 푸른 논에 햇볕이 비스듬히 비쳐주는 광경이다. 또 나는 굽은길을 돌때면 종종 숨막히는 느낌을 가져온다. 고요한산꼴짝에 단정히 가꾼밭과 초가집이 아담하게 자리잡고있는 시골풍경에 황홀해지는 까닭이다. 비록 비내리는 장마철이라 하더라도 빗속의 풍경은 더욱 부드럽게 흐려져 꿈속을 들여다보는듯한 느낌을 주며 작은 시냇물에도 폭포가 쏟아진다. 시골을지나 쭉뻗은 고속도로는 마치 약속한 땅에라도 우리를 이끌어주는 요술의 길같이도 보인다.
옛 사람들이 이 땅을 「고려」 즉 높고 아름다운나라라 이름지은 것도 그럴법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또 후에는 다른아름다움을 들어 「조선」이라하였음도 당연하다. 즉 이른아침 맑은공기속에 첫햇살이 안개낀 골짝을 비칠때면 온세계는 마치 하루일을 시작하기 전 잠깐이나마 상쾌한 기분을 맛보려는 듯이 보이는 까닭이다.
옛 시편 저자는 새 힘을 얻기 위해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하였거니와 우리가 오늘날 이 땅을 현대화하려는 마당에서 우리는 『높고아름다움』과 『맑은 아침』 을 잘 기억하여 현대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높고 아름다운 땅과 맑은 아침을 즐길수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임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고장을 자칫하면 한낱 관광지로만 생각하기 일수이나 사랑의 눈을가진 사람이라면 눈가는 곳마다 아름다움을 찻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다같이 우리주의의 아름다운 곳을 몸소 찾아내어 즐겨 감상하고 고이 간직하여 다음세대도 즐길 수 있도록하자. 원일한<연대도서관장·본명 호러스·언더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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