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넘버3 … 왕위 이을 3대가 한 시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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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를 맞는 첫 영국왕으로 군림할 ‘21세기 소년’이 태어났다. 로열 베이비의 탄생으로 ‘퀸(Queen)의 시대’에서 ‘킹(King)의 시대’로 바뀌게 될 영국 왕실의 후계 구도가 공고해졌다. 영국 왕실은 22일(현지시간) 케이트 미들턴(31) 왕세손비가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 린도윙에서 몸무게 3.79㎏의 건강한 남자 아이를 순산했다고 밝혔다. 미들턴은 이날 오전 5시30분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진통 11시간 만인 오후 4시24분 왕자를 낳았다. 윌리엄(31) 왕세손은 첫 아이의 출생을 지켜보기 위해 출산 과정 내내 미들턴의 옆을 지켰다. 린도윙은 윌리엄의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그와 동생 해리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사이에서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첫 아들이 22일(현지시간) 태어났다. 왼쪽 사진은 1948년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왼쪽)이 갓 태어난 찰스 왕세자를 안고 남편 필립공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 오른쪽 사진은 찰스(오른쪽)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82년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갓 태어난 윌리엄을 안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AP=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태어난 로열 베이비는 탄생과 동시에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올랐다. 현 엘리자베스 2세(87) 여왕 이후 할아버지인 찰스(65) 왕세자, 아버지인 윌리엄의 뒤를 이어 영국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이처럼 왕위 계승 서열 1, 2, 3위인 3대가 동시대에 살게 된 것은 빅토리아 여왕(1837~1901) 재위 때에 이어 영국 역사상 두 번째라고 스카이뉴스는 설명했다. 더 선은 3대가 모두 엘리자베스 여왕만큼 장수한다면 바로 이 로열 베이비가 22세기를 맞는 첫 영국 군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부모인 케임브리지 공작과 공작부인의 작위를 따라 케임브리지 왕자라는 칭호를 부여 받게 된다.

 이날 로열 베이비의 탄생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이었다. 윌리엄은 미들턴이 출산한 직후 전화로 여왕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이후 절차는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이뤄졌다. 전통복장을 한 포고관이 병원 앞에서 큰 소리로 왕자의 출생을 알리자 운집한 군중 수천 명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왕세손 부부의 왕실 대변인인 에드 퍼킨스는 케임브리지 왕자의 출생 시각, 성별, 몸무게 등이 적힌 공고문이 들어 있는 붉은 가죽 봉투를 왕실 전령에게 전달했다. 버킹엄궁 앞에 게시된 공고문이 바로 이 봉투 안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공고문이 표구된 이젤은 윌리엄 탄생 때 쓰였던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평소 사생활 보호를 중시했던 왕세자 부부의 뜻을 반영한듯 미들턴의 입원 과정은 비밀 첩보작전 같았다. 이미 예정일을 1주일 이상 넘긴 뒤라 세인트메리 병원 주변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에 미들턴의 왕실 호위 관리들은 미리 세인트메리 병원에 ‘시험 진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전날인 21일 한밤중에 미리 병원을 방문해 사진기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출입구와 통로를 찾았다는 것이다. 철저한 사전 답사 덕에 미들턴은 새벽 취재진의 눈을 피해 승합차 포드 갤럭시를 타고 병원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왕자의 탄생 발표가 출생 4시간 뒤인 오후 8시29분으로 미뤄진 것도 왕세손 부부의 바람 때문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윌리엄과 미들턴이 먼저 첫 아이와 긴밀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으며, 그 사이 찰스 왕세자, 해리 왕자, 미들턴의 가족 등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왕자는 그 자체로 현대 영국 왕실의 상징이다. 이 아기가 바로 영국 왕실에서 남성 중심의 세습 구도를 타파하기로 하는 등 왕실 현대화 조치를 취한 뒤 처음 태어난 왕족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없는 경우에만 딸에게 왕위를 상속했던 영국 왕실은 지난해 성별과 상관없이 첫 아이가 왕위를 계승하도록 하는 칙령을 발표했고, 영연방이 이에 모두 동의한 상태다. 이혼한 조부모, 왕실 최초의 왕족 출신이 아닌 어머니, 구설을 신경 쓰지 않고 파티를 즐기는 삼촌 등 왕자의 가족도 달라진 시대를 반영한다.

 언론들은 찰스 왕세자의 이혼, 다이애나비의 사망 등으로 대중에게 외면 받았던 왕실이 다시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윌리엄과 해리가 장성하고 군 입대 및 참전 등을 통해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왕실은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1년 윌리엄과 미들턴의 로열 웨딩,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인 다이아몬드 주빌리로 인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이번 로열 베이비 탄생이 그 추세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영국 왕실의 ‘부가 가치’도 한몫하고 있다. 브랜드파이낸스가 추산한 영국 왕실의 브랜드 가치는 444억7800만 파운드(약 76조원)에 이른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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