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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겨우살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낙엽이지고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계절이왔다. 지난봄 심었던 「코스모스」들이 벌써만발, 올해에 먼저 닥쳐온 싸늘한날씨탓인지 이미 시들어버렸다. 이렇게 가을이 짙어가면 곧 겨울이오리라. 옛날엔 이계절이되면 낙엽을주워 감상적이고도 낭만적인 추억에 잠겼지만 오늘날엔 왠지 겁부터 덜컥난다.
그까닭은 다름아닌 겨우살이 준비때문이다. 이같은 느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가정주부들이 똑같이 느끼고 겨울이 들어서는때면 겪어야하는 공통된 문제일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날마다 신문을 열심히 들여다 보게된다.
개헌문제가 신문1면에 크게나있지만 이보다도 나에겐 사회면이나 경제면에 나는 물가가 더욱 관심을끄는것이다. 김장값, 양념값, 연탄값, 석유난로값, 옷감등등…. 이모두가 얄팍한 월급으로 생활해나가야하는 나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지난번 추석이 지나자 한근에 3백원정도하던 고추값이 6백윈으로 뛰어올라 지난해의 1백30원에 비하면 4배나 폭등했다는 신문보도는 나를너무나 놀라게했다. 배추는상품이 한점에 5천∼6천원, 무우가2천운등등 이렇게신문을 읽다보면 숨이막힌다.
오르지않는 아빠의 월급으로 간신히 적자를 메워가는것만도 대견스런(?)살림솜씨인데 물론 김장값 저축이 있을턱이없다.
요즘 우리이웃집에서는 겨우살이연탄을 구입하느라고 야단들이다. 생활비를 요리조리 쪼개어 다만1백개나마 구입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김장시세를 보러 시장에 나가기도전에 신문부터 읽고 올해는 지난해 5천원으로 했던 김장값이 1만5천원이 드는구나,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않는다. 우리들월급생활자의 주부뿐만 아니라 많은주부들이 겨울암에 떨고 있으리라. 하루속히 윌급이 올라 모든주부들에게 겨우살이걱정을 없애주는 무슨묘안은 없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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