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환상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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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라치10일로이터동화】지난 26개월 동안 북평에 연금되어왔던 「로이터」통신의 「앤토니·그레이」기자는 3일 중공을 떠나자「런던」으로 돌아가기 앞서「카라치」의 친구집에서 안정을 취하고있다.
석방된지 1주일째 되는 지금까지 「그레이」는 자기의 중공체험담이나 신변일에 대해 일절 침묵을 지키고 있어 「매스컴」의 조바심을 자아내고 있는데 10일 성명을 발표, 『오랜 감금 생활 끝에 찾아온 자유생활에 재적응해 가는 당분간은 「프라이버시」를 갖고 싶다』고 호소했다.「그레이」는 「로이터」통신의 동료들에게 9일「카라치」공항에 내려서자마자 에워싸는 사람들이 마치 중공에 연금되었을 당시 홍위병경비원 같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근 2년동안 공포와 고독의 연금생활을 마친 그는 누가 어깨에 손을 갖다 대거나 발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는 정상적인 식욕도 회복하지 못해서 중국을 떠나는 비행기 속에서도 거의 아무것도 못먹었다.
오랜 피곤으로 이날 두세시간의 낮잠까지 자고난 「그레이」는 『따뜻한 햇볕속에서 산책하는것이 무척 상쾌하다」고 말하면서 약간의 농담을 곁들인 비행기속에서의 우스운 이야기들도 했다.
그러나 그는 중공에서의 경험담이나 앞으로의 계획등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열려고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생각하는 것만도 괴로운 일이며 『언제고 말하겠으니 나를 조용히 있게 해달라』 고 애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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