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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량상정」첫 시련|공산선제에 쐐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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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마다 「유엔」의 계절이되면 관례처럼 찾아들었던 「한국문제」는 올해에도 예외없이 「유엔」총회에 상정되어 동서간의 설전에 휘말려들었다. 「한국문제」의 이같은 관행을 벗어나고 판에박힌 연례적토의에서 오는 「유엔」회원국의 권태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23차 「유엔」총회가 채택한 새로운 통한결의안으로 대「유엔」정책을 자동상정에서 재량상정방식으로 전환, 한국문제가 「유엔」에서 토의되지 않을수도 있는 길을 마련했었다.
정부는 「유엔」의 한국문제토의를 한번쯤이라도 피하고 싶었지만 소련을 비롯한 공산측이 지난달 15일 기습적으로 「주한외군철수안」과 「언커크해체안」을 「유엔」에 제출함으로써 종래와 같은 권태로운 외교를 되풀이 하고있다.

<토의과정은 변동없어>
이같은 공산측의 선제공세에 대항키 위해 「언커크」(유엔한국통일복흥위원단)는 지난 9월초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고 17일 총회운영위원회에서 공산측의 반대를 물리치고 「언커크」보고서, 주한외군철수안, 「언커크」해체안을 「한국문제」라는 단일의제로 채택하는데 성공했다.
정부의 「유엔」정책이 다소의 응통성을 갖게는 되었지만 제24차 「유엔」총회의 한국문제 토의과정은 동서 어느쪽이 먼저 제기했느냐에 차이가 있을뿐 전반적인 절차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한국문제」는 이제 오는10일을 전후하여 시작될 제1(정치)위원회에서 공산측의 억지와 근거없는 비난,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자유우방의 반박이 뒤섞인 가운데 대표초청문제, 통한결의안통과라는 토의를 거치게 된다.
소련을 비롯한 공산측은 운영위원회의 토의과정에서부터 예년과 달리 집요한 공세를 전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몇가지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첫째 재양상정방식하의 토의절차가 어떠한가, 그리고 우방측의 전략상의 변화가 무엇인가를 타진해보자는 의도. 둘째 공산측이 이번총회에서 자유진영측을 공격할수 있는 마땅한 안건이 없기 때문에 한국문제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
셋째 세계공산당대회, 중소분쟁등으로 인한 내부분열을 조금이라도 은폐하고 단결을 과시할 수 있는 길은 그들간에 별다른 이해가 얽히지 않은 한국문제라고 판단한 것.

<분열숨기려 선제공격>
넷째 분쟁이나 말썽을 되도록 피하고싶은 소련으로서는 한국의 발전상에 불안해하며 불장난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북괴를 달래기 위해서도 한국문제의 논란이 필요하다고 본듯하다.
「한국문제」는 앞으로 군축문제, 핵실험금지문제, 비핵국회의결과보고, 외기권문제, 해저개발문제와 함께 제1위원회의 의제토의순서가 결정되는데 따라 본격적 토의에 들어간다.
제1(정치)위원회와 총회가 한국대표단독 초청안, 통한결의안을 지난해와 비슷한 결과로 가결시킬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冬時초청문제에 있어서는 부결의 표차가 늘어날 것을 거의 기대할수 없는 것 같다.

<아주국가동향에 관심>
소련을 비롯한 공산19개국은 지난24일 「남북한 무조건 동시초청안」을 이미 정치위원회에 제기, 토의를 기다리고 있다. 공산측은 이번공동제안국 속에 지난해에 없던 「알제리아」 「잠비아」 「수단」등 「아프리카」4개국을 새로 이끌어들여 만만찮은 태세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비록 재량상정방식으로 「유엔」정책을 바꾸었지만 이같은 공산측의 공세에 대비키위해 지난여름, 「아프리카」·중동·중남미·동남「아시아」등지에 5개반 친선사절단을 파견, 득표작업을 벌였고, 북괴의 도발을 규탄하고 『「유엔」총회의 관계 결의에따라 진정한 자유선거를 통한 통일』이라는 기존의 「유엔」의 통한원칙을 밝히는 통한각서를 「유엔」에 제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비관도 악관도 않아>
「유엔」총회전망에 대해 최규하 외무장관은 『낙관도 비관도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의제채택 과정에서부터 나타난 공산측의 책동으로보아 관심의 초점인 대표초청문제의 표차는 늘어날 가능성보다 줄어들 위험이 있다는 전망들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문제에 별다른 관심도없고 이해가 부족한 아아중립국들의 『양쪽을 모두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의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은 싫증나는 한국문제를 공산측이 먼저 제기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있음은 사실인 것 같다.
강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힘이 더많이 들고있다는 비간속에 재량상정이란 정부의 대「유엔」정책은 제24차「유엔」총회를 통해 그효과가 평가될 것이다.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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