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北송금 해명] DJ "남북관계 생각해 선처를"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 정각에 회견장에 들어섰다. 밤새 직접 담화문 원고를 다듬었다고 한다. 초췌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임동원(林東源)외교안보통일특보가 보충 설명을 하며 "보좌를 제대로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일 때는 한동안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다.

일문일답이 이어질 때는 목이 메자 차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가 대북 7대 사업의 대가로 5억달러를 북한에 송금하려는 사실을 林특보에게서 보고받은 적이 있나.

▶金대통령="당시는 정상회담에 몰두할 때였는데, 현대 관계 보고를 잠깐 들은 기억이 있다. 남북 평화와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큰 이의를 달지 않고 수용했다."

-대통령 해명과 별개로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金대통령="특검이든 뭐든 법률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정치권도 남북 관계를 생각해 선처해 주길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나.

▶金대통령="당선 후 청와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나는 자세한 것을 모르니 구체적인 것은 林특보가 따로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추후 林특보가 盧당선자에게 직접 설명했다."

-林특보는 당시 국정원장으로서 현대상선 대북 송금에 대한 편의 제공이란 중대한 사안을 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나.

▶林특보="현대로부터 편의 제공 요청을 받고 가능성 검토를 관계 부서에 지시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일주일 전께의 일이라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고, 추후 보고도 받지 못해 돈이 갔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문제가 불거지면서 알게 됐다. 물론 대통령께는 내가 몰랐기 때문에 보고를 못했다. 편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고, 또 나 자신이 잘 모른다."

-현대가 무슨 명목으로 환전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나.

▶林특보="6월 초는 이미 7대 경협 사업이 합의되고 권리금으로 5억달러를 제공키로 한 사실을 알고 있던 때였다. 현대 측은 약속한 시간에 돈을 보내는 데 절차상 문제가 생겨 시간이 부족하다며 편의 제공을 요청해온 것으로 안다."

-지난해 4월 林특보가 대북 특사로 갔을 때도 북한에 금전 제공을 약속하지 않았나.

▶林특보="지난해 4월이나 올해 1월엔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을 뿐 금전 문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 북측은 이 문제를 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으로 보고 있다."

-박지원 실장은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싱가포르에 개인적 용무로 갔다고 했는데.

▶朴실장="당시 싱가포르에 가서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북측이 내가 대통령 측근임을 확인하는 등 상견례만 하는 자리였다. 한마디로 정상회담 탐색전이었다. 그런데 비공개를 요구해 왔다. 나도 앞으로의 협의 진전이 확실하지 않아 동의했다. 외교관례상 지킬 수밖에 없어 국회에서 전모를 말하지 못한 점을 양해해 달라."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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