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 출판] 국내에도 거대 출판기업 등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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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대표 조유식씨의 '통계로 보는 출판동네'에 이어 새 고정란 '키워드로 읽는 출판'을 마련합니다. 이 난에서는 출판 데이터를 활용하여 국내외 출판의 구조를 살펴보게 됩니다.

글을 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미화 실장은 1994년 웅진출판에서 근무한 뒤 1998년부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출판 애널리스트로, '우리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 등의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편집자)

일본과 미국에서 각기 최대 출판기업인 고단샤(講談社)와 랜덤하우스가 지난 1월 22일 합병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이들의 합병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글로벌화의 추구가 주목적이다.

서구에서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합병이 일반적이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에 국영출판기업들이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것을 국가에서 종용한 바 있어 아시아권에서도 거대 출판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세계적인 흐름과는 달리 우리 출판은 영세성을 벗지 못한 형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연감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국내 출판사 수는 1만9천1백35개사에 이른다.

그러나 이 중 1종 이상 책을 발행한 출판사는 1천4백90개로 전체의 7.4%에 지나지 않으며, 2백종 이상은 25개 사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출판 역시 해가 갈수록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베스트셀러 상위 5백위 도서들을 대상으로 출판사의 집중도를 살펴보면 상위5개 출판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2000년 42%, 2001년 48%를 거쳐 지난해에는 드디어 50%선을 넘어섰다.

상위 10개 출판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해 60%를 넘어섰을 정도다. 한 대형 단행본 출판사가 2005년 매출목표를 1천억원으로, 2000년 1백억원 수준이던 다른 출판사는 2002년의 매출 목표를 3백50억원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합병을 통한 거대출판기업의 등장까지는 아니지만 국내 역시 출판사들의 거대화 현상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적 특성에서 정보산업적 특성으로, 소규모 출판에서 거대 출판기업으로 변화하는 기로에 서있는 국내 출판은 이제 주먹구구식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 구체적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과 예측 가능한 마케팅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이 새 연재물 '키워드로 읽는 출판'에서 출판 데이터를 활용하여 국내외 출판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미화(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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