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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자녀를 위한 어머니의 숙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번주와 내주 사이에 각급학교가 모두 방학으로 들어간다. 입시준비로 진땀을 빼면 국민학교 아동들도 이번여름엔 거의 모두가 신나는 휴가를 즐길수 있게 됐다. 자녀들의 방학중에 어머니는 무엇을 지도하면 좋을까. 이화여고윤정오선생(생물)의 「어드바이스」를 들어본다.
꽃·동물·시냇가의 징검다리· 밤하늘의 별자리등 자연환경에 젖어볼 기회가 없는 것이 도시어린이들의 정서발달에 있어 가장 큰 약점이다. 늘 이런데 젖어사는 시골어린이들이라 할지라도 그저 보고만 지나쳐 버린다면 별다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여름이야 말로 아이들의 자연속에 묻혀 경의의 눈을 뜰수 있는 가장좋은 시기라고 할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수 있을까. 나팔꽃 줄기를 관찰해본 꽃일기, 개미 기르기, 별자리와 전설외기, 그리고 곤충·식물채집등 자연공부 「프로그램」은 적어도 한달안에는 끝낼수 있는 것으로 잡는게 좋다.
아침마다 우물가에 웃으며 피어나는 나팔꽃은 누구나 좋아하는 꽃이지만 줄기의 성질같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나팔꽃 줄기는 늘 무언가 휘감고 올라갈 대상을 탐색하고 있는데 막대기를 여러가지의 굵기, 각도, 거리로 근처에 세워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관찰할수 있다.
지름이 2cm, 또는 6cm쯤 되는 굵기의 막대기를 나팔꽃 줄기는 돌돌 잘 감고 올라가지만 10cm이상이 되면 감아 올라가지 못한다.
30cm정도 떨어진 곳에있는 막대기까지는 쉽게 뻗어가 감아 오르지만 40cm쯤 거리가 생기면 손이 닿지않아 돌아오고 만다.
70도 경사까지는 막대기에서부터 감아가지만 그 이상 낮은 경사를 만들어주면 고개를 들어 멋대로 위를 향해 뻗어 올라간다.
이런 여러가지 실험결과를 매일매일 그림과 함께 「노트」에 적어가면 좋은 꽃일기가 되고 아이들은 나팔꽃줄기에 관한한 박사가 될수있다.
기껏 은하수와 견우·직녀얘기뿐 아니라 땅꾼·뱀·늑대·「헤르쿨레스」·용·「오리온」등 여러가지 별자리를 외고 그 전설을 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학공부중의 하나. 「제우스」신의 서자인 거인「헤르쿨레스」가 「제우스」비인 「헤라」여신의 질투로 갖은 곤경을 겪다가 끝내 「헤라」의 딸 「헤베」와 결혼하게 되는 얘기등을 여름밤 마당에 앉아듣는 재미는 어린마음에 흥분과 신비를 불어넣어 주게된다. 성좌의 그림과 전설을 함께 정리해서 예쁜 얘기책 하나를 만들게 도와주도록 한다.
개미기르기는 동물을 길러본일이 없는 도시 어린이들에게 특히 홍미를 줄수있는 「프로그램」. 유리병에 흙을 퍼담고 개미를 30여마리 잡아넣은후 검은 헝겊으로 병을 싸서 2,3일 있다가 플어보면 개미들이 지하에 얼기설기 뚫어놓은 길과 집을 구경할수 있다. 오래 두고보면 개미의 생활을 이모저모 환하게 관찰할 수 있다.
산이나 바다에 놀러갈 기회가 있으면 곤층채집, 식물채집, 조개껍길 모으기등을 시킨다.
여름방학중의 어린이는 너무 놀리기만 하면 긴장이 풀려 해이해지기 쉽다. 열심히 어디엔가 재미를 붙여 열중하도록 도와 주되 그 대상을 평소 학교공부이외의 것으로 잡아 주는게 좋다. 이런 여러 가지의 「프로그램」들은 유익한 공부가 될뿐 아니라 즐거운 여름방학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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