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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더 터크'] 컴퓨터, 터번 두르고 체스 두다

중앙일보

입력

터크는 만능 기계처럼 보였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이 기계가 단순히 금속과 나무로 된 기계 그 이상이라고 여겼다.

모든 도전자를 물리쳤던 터번 두른 그 자동 기계는 오늘날로 치면 체스 두는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에 해당한다.

18, 19세기의 유럽인들은 이 기계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복잡한 장치와 정확하게 제작된 이 이상한 기계 '터크'를 조사한 뒤 수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생각할 줄 아는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 그것은 놀라운 업적이었지만 동시에 속임수이기도 했다.

다만 커다란 영향력이 있는 속임수였다.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찰스 배비지는 터크를 상대로 두 번의 게임을 했다. 현대 추리 소설의 창시자 에드가 앨런 포는 터크에 관해 탁월한 에세이를 썼다. 마술사들은 이것에 근거해 환각 따위를 만들어 냈다. 터크는 우리가 현재 '인공지능'이라 일컫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터크의 작동 방법을 알아낸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 그 진기한 기계안에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기계는 역사에 자리를 확보했다.

그러나 터크는 이제 기이하거나 호기심의 세계를 다루는 책들에서만 언급될 뿐,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톰 스탠디지(32)는 이 자동 기계에 대한 새로운 전기물 '더 터크'를 써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으려 하고 있다.

영국 출신의 작가인 스탠디지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18세기 후반에 이 자동 기계가 생각할 능력이 있는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들은 '인공 지능' 논쟁이 현대적 현상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감쪽같은 속임수

'더 터크' 는 스탠디지의 처녀작이 아니다. 스탠디지는 이코노미스트지의 테크놀로지 분야 기고가로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글을 써왔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현대의 발명품과 유사한 19세기 발명품들을 다룬 '빅토리아 시대의 인터넷'과 '넵튠 파일'이라는 2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

작가인 톰 스탠디지는 "현대 과학 기술의 새로운 산물들의 역사적 전조를 찾아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터크가 인공 지능에 관한 질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과학 기술의 새로운 산물들의 역사적 전조를 찾아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터크에 대한 이야기는 1769년, 볼프강 폰 켐펠렌이라는 헝가리 귀족에게서 비롯된다. 그는 마술쇼에서 본 것 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라는 도전장을 받고 기계로 된 사람이 체스판 앞에 앉아 있는 기계 인간인 터크를 만들어 냈다.

시연장에서 켐펠렌은 체스판 아래의 문짝이나 수납구멍 모두를 열어 속 안에 든 장비들과 기계의 격자를 보이고 관중객들에게 터크와 게임을 벌이게 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기계를 이겨내지 못했다.

몇몇 사람들이 어떤 속임수가 있다고 의심했지만, 아무도 속임수가 뭔지를 밝혀내지 못했고 캠플렌이 가는 곳마다 그 기계는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들고 유럽 전역의 왕실을 방문했다.

터크는 결국 요한 마엘첼이라는 발명가의 손안에 들어갔고 그는 그것을 들고 미국으로 가 몇 년을 머물렀다. (한 때 마엘첼은 그 당시 조금씩 명성을 얻기 시작한 P.T. 바넘과 우연히 만나 "당신은 언론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라고 했었다.) 그 기계는 미국에서도 역시 많은 관중을 끌어 모았다.

마엘첼은 미국에 간 지 12년 만인 1838년에 사망했다. 터크의 마지막 소유자의 아들은 터크가 화재로 파손된 지 3년이 지난 1857년에 이르러서야 체스 전문가가 빈틈없이 꾸며진 기계 내부에 숨어있었다는 비밀을 밝혔다. 터크는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감쪽같이 속였던 것이었다.

스탠디지는 유럽의 유명한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터크의 행적을 좇았다. 그 책들은 터크가 나폴레옹을 상대로 체스를 둘 때 쯤에나 읽혔을 것처럼 먼지로 뒤덮혀 있었다. 그는 기계에 흥미를 가진 전세계 사람들의 모임인 '터크 마피아'로부터 정보를 얻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 중 하나는 로스앤젤레스의 마술사이자 터크를 재건한 존 건의 작업실을 방문한 것이었다고 한다.

스탠디지는 "그는 기계들로 가득찬 오래된 작업실을 갖고 있다. 그곳은 마치 캠펠렌과 마엘첼의 작업실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나는 컴퓨터 공학의 개척자인 대니 힐리스를 인터뷰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갔다. 하루는 힐리스와 터크와 유사한 컴퓨터들과 영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 다음날에는 존과 자동 기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국 그 모든 것은 같은 주제의 이야기들이었다.

마법, 아직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우리들을 매혹시키는 주제다. 인간과 유사한 컴퓨터는 공상과학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A Space Odyssey)'에 나오는 할9000 컴퓨터는 아마 가장 '인간적인' 등장인물일 것이다.

에드가 앨런 포는 터크에 대한 분석적 에세이에서 터크가 자신의 추리 소설의 원형이라고 적었다


그사이 현실 세계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는 인공지능을 더욱더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책 '더 터크'에서 스탠디지는 1997년에 벌어졌던 딥 블루와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의 게임을 돌이켜 본다. 카스파로프는 그 기계가 오로지 사람만이 착상해낼 수 있는 놀랄만한 행동을 했다고 확신했다. 그는 그 컴퓨터의 프로그래머들이 컴퓨터의 동작을 조정하는 등의 속임수를 썼다고 암시했지만, 단지 컴퓨터가 너무나도 인간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은 바로 200년전 터크가 불러일으켰던 "기계가 진정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스탠디지는 영국의 수학자인 앨랜 투어링의 견해를 따른다.

"투어링은 질의응답 시간에 생각할 줄 아는 기계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기계가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기계가 현명해 보인다면 그것은 어떠한 유용한 목적으로 인해 영리한 것이다. 딥 블루의 경우, 기억 능력이 뛰어나 놀라운 체스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터크의 성공을 더욱 놀라운 것으로 만든다. 사람이 들어 있었음에도 각종 기계 장치와 움직임 때문에 그것은 기계처럼 보였다.

스탠디지는 "이같은 초기의 자동 기계들은 사람들에게 마술처럼 보였다"며

"기계의 짜임새를 봤을 때는 뭐든지 해낼 것처럼 보였다. 논리적으로 볼 때 이것은 생각을 할 줄 아는 기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스탠디지는 제임스 버크처럼 터크와 현대 인공지능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공지능이 몇 년 안에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은 자신의 체스 능력에 대해서 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정작 '더 터크'의 저자는 자신의 체스 실력은 형편없다고 말한다.

그는"나는 게임의 법칙은 알고 있지만 참을성이 없어 잘 하질 못한다"라며 "나의 팜 파일럿(번역자 주: PDA를 일컬음)조차도 나를 이긴다"라고 덧붙였다.

Todd Leopold (CNN) / 윤소원(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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