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사설] 명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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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군대는 조국의 명예를 위해 싸운다. 군인은 개인의 판단을 버리고 조직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한다. 자신의 삶보다 조국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군인의 최우선 임무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국민은 이렇게 조국을 위해 싸우고 국민을 위해 죽는 군인에게 존경을 표한다.

 군인 가운데서도 장교의 명예는 남다르다. 군대라는 조직의 리더로서 부하를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제대로 된 군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가 권위에 순종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군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누구보다 굳건해야 한다.

 육군사관학교는 이런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다. 이들이 지켜야 하는 명예의 무게만큼 규율은 엄격하고 훈련도 혹독하다. 이 과정을 겪어내고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장교가 된다. 명예와 규율, 절제와 인내라는 가치가 마지막까지 지켜질 장소가 바로 사관학교일 것이다.

 육사 생도 간 성폭행 사건이 사회에 던진 충격은 그래서 크다. 명예의 성역이 무너졌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실추된 명예의 회복이다.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군과 정부가 땅에 떨어진 명예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도 바로 이 대책에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전체의 음주문화를 바로잡는 데서부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중앙일보의 주장이고,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한겨레 입장이다. 두 신문사의 각기 다른 접근법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시행해야 할 대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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