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수출 … 5월 경상흑자 86억 달러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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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한국은행은 5월 경상수지가 86억4000만 달러 흑자를 내 월간 흑자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1월(69억1000만 달러)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1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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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수출은 495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늘었다. 수입은 423억2000만 달러로 4.8% 감소했다. 수입이 줄긴 했지만 이번 흑자는 ‘불황형 흑자’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서 수입액이 감소한 것으로 수입 물량은 더 늘어났다”며 “통상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흑자가 나는 상황인 불황형 흑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선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상징적 지표가 된다.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원화가치 하락→외국인 자금 이탈로 전개되면서 위기로 치닫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상수지에 탈이 나면 한국 경제엔 위기가 찾아왔다. 1996년 경상 적자규모는 무려 230억 달러에 달했고, 이것이 이듬해 외환위기를 촉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한국 경제는 2008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그해 흑자 규모는 2007년(217억7000만 달러)의 14.6%인 32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 나라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경제 운용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상흑자는 경제위기 시 버팀목이 된다.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이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번 흑자 행진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를 다른 신흥국과 확실히 차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건전한 대외채무 구조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대외충격에 견고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상흑자는 정부와 한은 예상치를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하반기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1~5월 5개월간 경상흑자는 225억4000만 달러로, 이미 올해 한은 예상치(330억 달러)의 68%를 넘었다.

 김 국장은 “현재 수출은 순항 중이며 6월에도 일평균 수출액은 21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며 “하반기엔 유럽 경제위기 타격으로 수출이 위축됐던 지난해에 비해 수출증가율이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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