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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한국사,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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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심수휘

무더위가 일찍 시작돼 학생들은 벌써 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절전 때문에 냉방기 작동을 절제하다 보니 더 그렇다. 이런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와 관심이 낮은 역사 교과 수업을 할 때 상당히 힘이 들고 한편으로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역사는 나이가 좀 들어야 관심이 생기고 이해도 잘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많은 학생들에게 역사 과목은 외울 것 많고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성장과 학습 과정에서 역사 교육은 꼭 필요하다. 말하자면, 필요해서 과목을 설치하고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관심이 적고 역사, 특히 한국사 공부를 어려워한다.

 생각해보면 ‘국사’가 국책과목이고 대학 진학에 필수과목이었던 비교육적인 시대가 ‘역사교과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 현재도 한국사 등이 대부분 고등학교의 학교교육과정에 포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요즘 수학시험에서 많은 사회과 과목들 중 하나로서 선택과목이 되어 있고 선택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2013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응시 학생 중 12.8%, 전체 7.1%(2012 수능은 6.7%)가 한국사 과목을 선택했다. 10과목 중 2과목을 택하는 올해 수능에서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천경석 온양고 교사

학생들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흥미보다는 우선 학습내용의 깊이와 분량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역사학자나 교과서 집필자 등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자세히 가르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슈퍼맨’처럼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다. 다수의 학생들을 위해 흥미를 유발하며 수업하기에는 진도가 부담스럽다.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좀 더 쉽고 간결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학습하는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서 학습할 수 있지만 수능 때문에 제약이 많다.

변별력 문제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수능 문제를 보면 너무 깊거나 지엽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교과서의 내용도 많은데 그 이상 자세히 학습해야 수능을 볼 수 있게 된다. 도대체 고등학생들이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지 의문인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차라리 수능에서 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라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요즘 일부에서 다시 한국사 교육 강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주변 국가의 도발적인 역사 왜곡이 있을 때 잠깐 반짝하다가 조금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적이 많다.

역사과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성적과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속에서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가 되면 억지로라도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되어 좋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 폐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내용을 어렵게 가르치는 것이 역사교육 강화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적은 분량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천경석 온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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