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허의 거침없는 자기 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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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리원허(Wen Ho Lee)가 한일을 알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 핵기밀을 유출해 중국 편에 건네 주었다. 그러다 그는 적발됐고 투옥됐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은 거짓이다.

대만 출신의 이 기술자는 "나의 조국과 나"라는 책을 통해 최초로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변호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는 간단하고도 강력하게 자신은 무죄이고 잘못 기소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를 믿든 못 믿든지 간에 그의 이야기는 듣기 괴로울 정도이다. 그는 핵 연구소의 구석진 곳에서 일하며 매우 조용한 삶을 살았다. 그는 과학자도 아니고 폭탄을 설계하지도 않는다. 그의 업무는 핵무기 도안에 대한 기술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수많은 학술기사를 간행했으며 전세계 기술 회의에서 연설하기도 하는 등 그는 자신의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중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했다고 기소됐던 1998년 모든 상황이 반전됐다.

그는 미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사들의 기만과 협박 속에 뒤얽히고 계속해서 정치적 태풍의 눈 가운데 있으면서 거의 2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선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그는 한번도 법을 어긴 적이 없었으며 정치엔 무관심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미국의 온갖 신문 첫 페이지에 등장하고 텔레비전 방송은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된 것이었다.

'언론에 의한 고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그는 이번에 나오는 자서전에서 "여기 미국에서 사람들은 매우 발전된 기술을 보유한 언론으로 고문당할 수 있다. 정부는 기자들에게 정보를 유출하고 너무나도 자주 신문은 이 내용을 보도한다. 난 기자들이 모두 나쁜것은 아니고 그들에게는 그것이 직업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내 생각에 매우 균형 잡혀있고 공정하다 싶은 기사를 많이 봤다. 하지만 나같이 힘없는 사람이 정부처럼 거대한 존재에 의해 언론에서 파멸되는 일을 당하면 '아, 당신이 W-88 핵탄두를 훔친 리원허란 작자냐'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을 불가능해진다. 바로 이런 식으로 언론에 의한 고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나의 조국과 나'는 리원허의 삶속에 주입된 독 일부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미연방정부의 형사소송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는 독방에서 1년을 지낸 후 안전 규칙을 한차례 위반한 것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풀려 났다. 그는 상처를 입고 분노하고 또 깊은 환멸감을 느낀 채 감옥에서 나왔다.

하지만 리원허에 대한 한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신문 보도와 법정 자료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 그의 삶의 일부이다. 이는 리는 미국인이며 그 사실에 대해 여전히 대단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자서전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가 오직 미국에 대한 것이란 사실은 그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L.D. Meagher (CNN)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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