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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꼼꼼한 필기, 책과 노트에 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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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까지 침대에서 공부했던 오군은 고교 입학 후 가급적 책상에서 공부한다. 하지만 아직도 영어 단어 외우기 같은 간단한 공부는 침대에서 하는 편이다. 사진은 오군이 침대와 책상앞에서 각각 공부하는 모습을 합성했다.

새 시리즈 ‘전교 1등의 책상’을 시작합니다. 이름 그대로 각 학교 전교 1등 집을 찾아 그 학생의 책상을 보여 드립니다. 이를 통해 전교 1등이 쓰는 교재는 무엇인지, 또 평소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지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전교 1등의 책상 주인공은 여의도에 사는 서울 환일고(중구 만리동 소재) 1학년 오명찬(16)군이다. 학교 측에서 반편성 시험과 1학기 중간고사,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고 알려왔다.

중학교 때까지 침대에서 공부
"매일 학습 계획 세우는 게 공부의 시작"
게임 대신 피아노 치며 스트레스 풀어

 

오군 방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책상과 큼지막한 화이트보드가 눈에 띄었다. 중학교 때만 해도 하루 계획표를 이 보드에 적어두고 매일매일 점검했지만 요즘은 학교에서 나눠준 학습 다이어리에 계획표를 적기 때문에 활용도는 낮다고 한다. 사실 이 방에선 화이트보드보다 침대가 더 중요하다. 이제 습관을 많이 고치긴 했지만 여전히 오군이 공부하는 장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침대 위에 교과서와 노트·교재를 다 펼쳐놓고 공부했다. 책상 앞에서보다 침대 위가 집중이 더 잘된다는 이유에서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시력 걱정에 가급적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 단어 외울 때나 오답 노트를 들여다볼 때는 침대로 간다.

 바른 자세를 강조하는 어른들 논리로는 산만하게 침대에서 공부하는 오군이 모범생이라는 게 믿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꼼꼼한 성격을 아는 이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오군 별명은 ‘명순’이. 이름 명찬을 여자 이름처럼 바꾼 것이다. 이유는 여자처럼 꼼꼼해서란다.

 오군은 “남학생은 수행평가나 숙제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가장 쉽게 점수를 얻는 방법이 과제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닥쳐서 급하게 하는 것보다 미리 꼼꼼하게 챙기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일 그날의 계획을 세우며 부족한 부분을 챙기는 게 공부의 시작”이라며 “그날 지키지 못하면 다음날 일정에 넣어서라도 반드시 지킨다”고 덧붙였다.

 오군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 영향이 컸다. 오군은 “당시 선생님이 수학 문제 풀기와 악기 다루기, 잘하는 스포츠 종목 하나 만들기를 반드시 실천하도록 했다”며 “특히 수학 문제를 많이 풀면 떡볶이나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는데 어린 마음에 그게 좋았다”고 했다. 워낙 수학 문제집을 많이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됐다. 지금도 수학 문제 풀이 시간이 전체 공부시간의 40% 정도로 많은 편이다. 영어는 30%, 국어는 15%, 기타 15% 정도다.

 악기는 피아노를 배웠고, 운동은 4학년까지 쇼트트랙을 하다 이후 축구로 바꿨다.

 

오군은 “의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중학교 때 이과 성향 학교로 진학하려 했다”며 “과고 갈 준비는 부족해 일반계 고교인 환일고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목고보다는 내신에 도움이 되는 데다 전교 상위 18명은 따로 관리를 해줘 마음에 들었다. 또 학교가 수학을 강조하는 점도 좋았다.

 오군 어머니 정혜승(48)씨는 “지금 살고 있는 여의도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같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며 “친구랑 어울리며 축구하고 게임하는 걸 좋아해 일부러 집에서 먼 학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기에 외부 유혹을 조금만 막아줘도 스스로 공부를 잘하리라 믿었고 아직까지는 엄마 바람대로 잘하고 있다.

 교재 선정은 오군 스스로 한다. 중학교 때 풀어본 다양한 교재 가운데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출판사 교재를 계속 구입한다.

 수학은 신사고의 ‘일품수학’과 ‘쎈’을 푸는데, ‘쎈’은 최고 단계 문제만 풀고 문제풀이 연습은 ‘일품수학’으로 한다. 오군은 “다른 친구들은 쎈이 일품수학보다 쉽다는데 나는 반대인 것 같다”며 “체감하는 교재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교 교과 시험과 비교하며 교재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어는 현재 고2 모의고사를 푼다. 역대 모의고사 문제를 모아둔 모음집 위주로 풀고 오답만 따로 모아 외운다. 내신 대비는 교과서 지문 외우기로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3개월 동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던 게 지금까지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어휘가 약해 수능 영어 단어를 따로 외우고 있다.

 오군은 중3 때 갑자기 피아노를 다시 배우겠다고 해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고교 입시를 앞두고 초3까지만 쳤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라”며 “공부 욕심도 있고 목표와 계획이 확실한 아이라 불안해하면서도 허락했는데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게임을 못하게 하느라 진땀을 뺐는데 피아노를 친 이후 스스로 게임을 멀리하더라는 것이다.

 오군은 요즘도 학업 스트레스나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면 한두 시간씩 피아노를 친다. 오군만의 스트레스 푸는 비법이다. 덕분에 사춘기도 비껴갔다. 오군은 “중학교 때 게임을 좋아해 스스로 고민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게임 대신 피아노를 친다”고 했다.

 이렇게 뭐든지 잘하는 오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중 하나가 독서다. 오군은 “초등학교 때 독서를 많이 못해 아쉽다”며 “고교에 올라와 보니 독서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학교가 독서를 강조해 한 달에 한두 권씩은 읽는다.

 중학 시절을 돌이켜봐도 아쉬운 게 있다. 깊이 있는 과학 공부다. 오군은 “과고를 준비했던 친구가 많아 과학 성적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과학이 갑자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과학 중 한 과목이라도 미리 깊이 있게 파고 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오군의 학습 노트. 여러 색 펜을 활용해 보기 편하게 정리했다.

사회는 교과서 읽기를 많이 한다. 중학교 때 사회 과목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틈만 나면 사회 교과서를 무작정 읽었더니 그때부터 성적이 잘 나오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지금도 읽기 위주로 공부한다.

 그렇다면 오군의 수업 시간 모습은 어떨까. 그는 “수업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은 파란펜, 중요하다고 따로 언급하는 부분은 빨간색,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구분한다”고 했다.

 집에서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부모나 네 살 위 형에게 질문한다. 부모가 답 할 수 있는 건 적지만 함께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오군에겐 공부가 된다고 한다. 정씨는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뒤져 답해 주며 아이와 같이 고민한다”며 "정답을 못얻어도 찾아가며 배우는 걸 재밌어 한다”고 했다. 오군이 어려운 내용을 질문해도 "무조건 모른다”고 하지 않고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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