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엔」정책의 중대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제23차「유엔」총회를 마지막으로 과거 2O년간 계속 연례적으로 자동상정되어 오던 한국문제는이른바 「재량상정」정책으로 중대전환을 이룰것같다. 즉 미국등 13개국은 6일「유엔」정치위원회에 제출한 결의안에서 종래의 한국문제연례토의방법을 지양하고 「언커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때 「우·탄트」사무총장 또는 총회에 대해서 제출하는 한국사태보고서에 따라 한국문제를 수시로 토의할 것을 제의했다고한다.
또 이결의안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언커크」가 매년한번씩 「유엔」에 제출하던 보고서 대신, 새로운 사태발전이 있을때마다 수시로 보고서를 제출케하며, 총회는 그때그때의 형편에 따라 한국문제를 토의하도록 제의하고, 최근 한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있는 북괴의 휴전위반도발사건을 「탄트」총장에게 보고할 것을 아울러 요구했다고한다.
우리는 이번 총회와 더불어 불쑥 전기한바와같은 결의안이 나오게된 경위룰 소상히 알지 못한다. 다만 자동상정지양문제는 1964년 제19차「유엔」총회를 전후해서 국내외적으로 크게 논의되었던 일이있으나 그때 국내여론의 반대로 더이상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있다. 자동상정을 지양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대「유엔」정책의 중대전환을 의미하는것으로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국내에서의 충분한 토의와 결론없이 갑자기 나온것에 적지않은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몇가지 경계할 점을 지적하고 아울러 그에대한 철저한 대책수립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반객관적 정세로보아 우리는 자동상정을 지양해야할 이유와 배경을 모르는바 아니다. 즉 매년의 자동 상정으로「유엔」에서의 유동적인 한국지지표의 이동을 예상할수있을뿐만 아니라 경우에따라서는 특수한 사태가 발생할 염려마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 문제되었던것이 다시 문제가되고, 또 그것이 의연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다시 토의되고 결의되는, 이른바 「연중행사」의되풀이가 국민에게 필요이상의 일희일비를 가져오게하고 이때문에 적지않은 비용을 소비하지않을수없는 실정도 지적할수있을것이다.
그러나 자동상정을 지양하는데는 그것대로 중대한 문제들이 제기됨을 간과해서는안될것이다.
첫째로 「유엔」에서 매년 한국문제를 자동상정하는 것은 우리민족의 통일에대한 염원을 재확인한다는 뜻에서 정치적으로 큰의미를갖는것이며 그것을 지양할때 우리 스스로 그와같은 관심을 희박하게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둘째로 자동상정을 지양한다하더라도 필요할경우 언제나 상정할것을 말하고있지만 일단 자동상정을 포기하면 다시 의제로 상정하는데는 공산측의 반대는 물론 전년도의 관성으로 다시 상정의 보장이 어려울지도 모를 것이며, 그에따라 한국과 「유엔」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우려마저 없지않다.
세째로 자동상정을 지양할때 공산측은 기습적으로 엉뚱한 내용의 의제를 상정시켜 그들이 토의에서 「시니셔티브」를 쥘 책동을 감행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네째로 자동상정을 지양한다는것은 현상고수를 위한것이며 그렇게 될 때 국토분단을 영구고정화시키는 체념을 더욱 확인하는것이 되지않을까도 우려된다.
우리는 자동상정지양에 따른 문제점이 이처럼 적지않을 것으로 보며 그것을 지양함에 있어서는 국내정치면에서나 외교상 배려에 있어서나 먼저 철저한 사전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것을 강조하지않을수없다. 특히 대「유엔」정책의 중대전환에 따른 정부의 확고한 방책이 국민들에게 뚜렷하게 설명되어 국민적 합의릍얻는 절차를 거치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