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년만의 일본나들이|귀국한 황순원씨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풍토성짙은 소설가 황순원씨가 30년만에「나들이」를했다. 한일문화협회의 초청을받은 그는 곽종원 유주현씨등 8명의 문인들과함께2주일동안일본을 둘러보고 28일 귀국했다.
『일본이야 뻔한거고‥. 가벼운 기분으로 소풍갔다온 셈입니다.』
39년「와세다」대학영문과를 졸업한뒤 30년만에 처음으로 밟는 일본땅인데도 3일만에 물려버려 되돌아오고싶었다는것. 도무지 바깥출입을 마다해온 그의 성격탓이기도하겠지만.
『제일 눈에 띄는것은역시 경제적으로 민생문제가 해결되어 있다는 거지요. 여유있고 자신에찬 생활을 지내는것 같더군요.』
신간선연변의 농촌이도시의 연결인것 같다든지 동경의 서점가의 고서점들이 책을 되파는 사람이 없어 하나 둘 문을 닫는 현상들이 경제적인 유족함을 입증하고있다했다.
사람들도 옛날보다는 무척 친절해 졌으나 그것이 깊이 없는 장사아치의 친절로 밖에 느껴지지않더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본이 현재 누리고있는 유족함 역시 어딘가 비어있는것으로 비판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습성이나「비틀즈」아류의 더벅머리들이 주는 불결한 인상이나 영화의 성노출도가 지독한것이 모두 아름다움을위해서보다는 일부러 보이기 위한노출이 아닌가.
여력이 있으면서도 남을 도울생각은 전혀없이 자기생활의 향상에만 집착하고있지않은가. 아뭏든 정이 가지않았다고 한마디로 맺는다.
『한가지 제 풍물, 제고유의 것을 아끼려는 정신만은 대단하더군요.』「빌딩」이야 얼마든지 짓겠지만 연륜에대해더욱끔찍이여긴다. 그것이당장만들어 낼수 없는 것이란 점을 누구나 잘느끼도록 보여주고 있더라고한다.
그중 마음 흔쾌했던것은 30년전 일본에서 우리말 하기란 쭈뼛쭈뼛하고 여간 눈총을 의식하던것이 아니었으나 이번엔 아무렇지도않았고 주위에서도 별로 눈길두지않더라며『내나라를 갖게된 독립의 소중함을 새삼스러이 느꼈다』했다.
접촉이 없어서 일본문단의공기를 별로 전해줄게 없다며『「노벨」상같은거야 국력과 함수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자기같으면 소년소설같은 감성적인「가와바다」보다는 같은 일본적이면서도 의지적이고강렬한 맛의「시가」(지하직재)쪽에 한표 던졌으리라는것.
하도 오랜만의 외출이었으니「마음의 나들이」로 자극받은것이 많지않느냐는 물음에『여행이야 당장에 무엇이 생기는것이 아니고 여행중의 무언가가 핵이 되어 뒷날 그 결과가 나타나는 법』이라고 말한다.
신문소설에 손 안대는것은 뚜렷한 소신보다는 성격탓이라며 자신은 별로 과작으로 생각되지않는다며 중단되었던 현대문학의 소설을 곧 계속쓰겠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