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우즈베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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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끝났다 바로 이 순간 양 팀의 승패가 결정됐다. 전반 42분 김영권이 올려준 크로스가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아크말 쇼라크메도프(오른쪽 셋째)의 머리를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이호형 기자]

고대하던 승점 3점을 따내긴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가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앙아시아의 복병’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전반 42분 터진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김영권(23·광저우 헝다)이 상대 위험지역 외곽 먼 지점에서 올려준 볼을 우즈베크 수비수 아크말 쇼라크메도프(27·분요드코르)가 머리로 걷어내려 했지만 공이 골대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최강희(54)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공격 조합에 변화를 꾀했다. 그간 고집하던 이동국(34·전북) 위주의 조합을 탈피해 최전방에 손흥민(21·함부르크)과 김신욱(25·울산)을 함께 세웠다. 하지만 기대했던 공격력 증대 효과는 없었다.

 출혈도 적지 않았다. 미드필더 박종우(24·부산)가 경고를 받아 18일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베테랑 김남일(36·인천)도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진한 경기력을 반영하듯 기자회견 분위기는 무거웠다. 최강희 감독은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란전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자신이 있다. 선수를 추가 발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미드필드가 실종된 경기를 했고 주전 미드필더들이 부상 중임에도 기성용(24·스완지시티)-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를 부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이란과 맞대결을 하고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 종료 직후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한 상황이라 곧장 사령탑 교체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기를 마친 소감은.

 “앞서 치른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비기는 바람에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겼다. 상대가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집중력 싸움이다, 한 골 싸움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러 가지 시끄러운 외부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월드컵 본선행이 유력해졌다. 이란전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당연히 이란전은 총력전이 될 것이다. 월드컵 본선행 여부와 상관 없이 이란은 중요한 고비마다 늘 우리와 맞부딪치는 나라다. 우리가 원정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것, 경기장에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 있었던 것을 선수들도 잘 기억하고 있다.”

 -손흥민·김신욱·이명주에 대한 평가는.

 “손흥민과 김신욱은 그동안 훈련하며 서로 호흡을 잘 맞췄다. 이명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 간 경기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어떤 선수들이 나서더라도 엇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김남일이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고 박종우는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구자철·기성용 등을 다시 부를 의향은 없는가.

 “외부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박종우가 뛰지 못하더라도 박종우 이상으로 활약해줄 선수가 분명히 있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중 어느 팀과 함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길 바라나.

 “솔직히 말해 이란이 조금 더 미운 건 사실이다. 오늘 경기가 가장 큰 고비였다고 생각한다.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오히려 한층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설 수 있다. 이란에 아픔을 주고 싶다.”

글=송지훈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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