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협의 쉬운 것부터 하나씩" … 북핵은 원론적 입장 거론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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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성

12일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의 의제는 크게 다섯 가지로 추려진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 그리고 북한이 특별담화문을 통해 별도 제기한 ▶6·15 및 7·4 공동성명 기념행사 ▶남북 민간교류·협력 등이다.

 우선 개성공단은 정부가 요구해 온 사태의 재발 방지책을 북한이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추진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개성공단 국제화는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반발할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금강산관광 문제는 관광 재개를 위해 진상 규명,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 안전 등 3대 선결 조건을 북한이 수용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의 경우 양측이 가장 부담 없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다. 남북 모두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인도적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북한의 경우 비료나 식량을 우회 지원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양측은 9~10일 이틀간 이뤄진 남북 실무접촉 후 ‘남북관계에서 당면하고 긴급한 문제를 의제로 설정한다’는 합의를 발표문에 포함시켜 5개 외의 다른 의제를 다룰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특히 주목되는 사안은 북핵 문제다. 지난 6개월간 남북이 대립으로 치달은 근원이 북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로서는 북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넘어가기 어렵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지난 6개월간 남북간 핵심 이슈였던 비핵화 문제는 어떤 식으로건 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할 수 없다’는 북핵불용의 원칙에 합의한 점도 변수다. 한·미·중 3각 공조를 통한 ‘비핵화’ 압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외부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주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물리적으로 1박2일이라는 시간제약상 발표문에 명시된 다섯 가지 의제를 다루기에도 벅차다.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남북이 실제로 회담에 임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남짓에 불과하다. 정부의 기조도 압박보다는 단계별 신뢰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9일 실무접촉 전에 “남북이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신뢰를 쌓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신에 입각해 회담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동안 북핵 의제가 남북 간 통통라인(통일부-통일전선부)보다 6자회담에서 다뤄져 왔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천 실장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남북 간의 모든 현안이 다 협의되고 해결되고 타결되기는 상식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 회담은 합의하기 쉽고 협의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북핵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양측이 원론적이고 총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논의하기로 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의제에 대한 실무급 회담을 전개하며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간다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수순 등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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