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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순매매 패턴 분석] 외국인 입맛 변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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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의 주식 매매패턴이 다시 증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SK텔레콤 등 평소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던 업종 대표주들을 팔면서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우량주 매도가 계속되면 '증시가 곧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증시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월 초 현재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36%에 이를 만큼 외국인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매패턴이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종목선정에서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이후 '신경제주(IT주)'보다는 성장성 좋은 '굴뚝주'를 꾸준히 사고 있다.

지난해 초 이후 장기 매매패턴을 보면 외국인들은 제일모직.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은 계속 늘리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IT주에 대해선 D램값이나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등 주요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매수.매도를 번갈아가며 탄력적으로 지분을 조절해 왔다는 것이다.

또 IT업종을 제외하면 외국인 매수세는 지난해 10월 이후 화학→철강→운수장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패턴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들은 북한 핵.경기둔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친 와중에도 3천2백29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대상은 주로 철강.화학(포스코.LG화학.호남석유화학 등)같은 소재 관련주였다.

그러나 전기전자업종에선 LG전자.삼성전기.삼성전자를 중심으로 4천1백15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결국 외국인들이 지난 7일 삼성전자 주식을 판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매도규모가 커진 것은 북한 핵문제 악화 등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지자 손절매(로스컷)로 인한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NP파리바페레그린증권 이승국 사장은 "최근 외국인들은 수익전망을 판단근거로 삼아 전망이 좋은 종목은 사고, 나쁜 종목은 판다는 생각을 한다"며 "당분간은 단기매매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IT업황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는 한 외국인이 전기전자업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봤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지금 투자자들은 경기지표와 기업실적 발표를 통해 내수.수출 등 펀더멘털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외국인 매도에 따른 약세장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화학업종 등도 최근 마진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IT.통신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새로운 악재가 아니고, 외국인 로스컷도 주가등락에 따른 기계적인 것일 뿐"이라며 "로스컷 매물이 시장에서 다 소화된 뒤의 주가복원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 매수흐름으로 볼 때 세계증시의 완만한 하락과 신흥시장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유지되면 금융.운수장비 업종 등으로 순환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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