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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의 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7월의 왔다. 7월이 오면 어디서 여울소리가 들린다. 계곡의 조약돌들을 흔들어 깨우는 물소리, 바윗돌을 쩡쩡 울리는 폭포의 소리, 백사장으로 밀려드는 포말의 대군, 파도소리…. 7월이 오면 무슨 소리가, 아니, 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어디서 들려온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구나. 그 호젓한 바다와 하늘로 가야겠구나.
높다란 배 한 척, 별 하나, 그리고 엇질하는 킷바퀴, 북쩍거리는 바람, 흔들리는 흰 돛이 있으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잿빛 바닷노을, 잿빛으로 틔어오는 새벽이 있으면 아, 나는 그만인데…』
6월의 달력장을 뜯어내면 문득 「존·메이스필드」의 시가 생각난다. 『흰 구름 나부끼고, 바람 부는 하루와 물보라와 쏠리우는 물거품과 끼욱대는 갈매기와…』「메이스필드」는 못내 『나는 아무래도 바다로 다시 가야겠구나』하고 노래한다. 『갈매기가 가고, 고래가 가는 길, 바람이 숨을 들이키게 하게 하는 거기로…』
7월은 「시저」의 달이다. 「줄라이」(July)는 「줄리어스·시저」(Julius Caesar)의 이름에서 시작된 명칭이다. 「시저」는 소 「아시아」를 정북하고 『나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를 외쳤다. 북 「아프리카」와 「스페인」에서 승리하고 마침내 그는 「로마」에 개선한다. 「루비콘」강을 건너는 야망과, 동료이며 사위인 「폼페이우스」를 짓밟는 야욕과, 「클레오파트라」의 달콤한 사랑에 빠지는 「시저」의 인간적인 한계와…7월은 실로 인간적인 달이다. 무더위와 소나기와 바람과 과일이 있는 달…7월은 인간의 희로애락이 함축된 인간의 달이다. 기쁨만도, 고통만도, 지겨움만도 편중되지 않은 인간의 생존을 상징하는 달이다. 「시저」는 구력을 버리고 자신의 「율리우스」 신력을 선포하여 7월을 자신의 달로 정했다. 그 달은 그가 탄생한 달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상징적인 것에도 의미를 부여한 것인지 모른다.
여름은 이제 7월과 함께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어디서 또 무슨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무래도 바다로 가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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