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해명 후규명'으로 가닥

중앙일보

입력

대북 송금 사건의 정치적 해법에 대해 민주당이 일단 '선(先) 청와대 해명, 후(後) 규명'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규명에 앞서 우선 청와대나 정부의 책임있는 인사가 국회에 나와 국민에게 스스로 진실을 밝히게 하자는 것이다. 특검 등의 도입은 그 이후에 판단하자는 논리다.

이 해법을 마련하기까지 민주당은 5일 두 차례나 의원총회를 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은 세 시간에 걸쳐 18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설 만큼 진통을 겪었다. 한 의원은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이든 누구든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발언도 나왔다"고 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인사말에서 "현대상선 대북 송금설을 놓고 당내에서도 두 갈래 의견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신주류 측 의원들은 대부분 특검 도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김희선(金希宣).정장선(鄭長善) 의원 등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정쟁화해 총선까지 끌고 갈 것"이라며 "특검을 받아서 한꺼번에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특검 수용론을 펴온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도 "검찰 수사를 해도 야당은 수긍하지 않고 특검을 요구할 것"이라며 "신속하고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구주류 측 의원들은 특검 도입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설훈(薛勳)의원 등은 "특검이나 검찰의 수사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면서 "대북 송금 문제는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인 만큼 비리나 부패를 처리하듯 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소수당 입장에서 국회 안에서 풀기는 어렵다"며 "당선자가 직접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상천(朴相千).함승희(咸承熙) 의원 등 일부 율사 출신들은 "수사를 하더라도 특검부터 하지 말고 검찰에서 해야 한다"며 "특검은 수사가 장기화되고 수사과정이 공개돼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검 도입을 둘러싸고 벌인 의원들 간의 공방 속에 그나마 찾아낸 공통분모는 "특검으로 가는 게 불가피할지라도 청와대나 정부 당국자가 국회에 나와 국민을 상대로 사실을 밝히는 수순부터 밟아야 한다"였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먼저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가 국민에게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해명하도록 한 뒤 국회 본회의나 정보위원회 등에서 정부 측을 상대로 질의 답변을 통해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文대변인은 "검찰 수사나 특검에 대해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다만 검찰 수사와 특검 도입 두 주장만 놓고 볼 땐 특검 쪽의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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