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의 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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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봄날씨가 이렇게 춥다고 느껴 보기란 평생 처음인 것 같다. 따사로운 봄볕을 이렇게 애타게 기다려 보기도 아마 없었던 일인 것 같다.
3월5일-국민학교 입학식날. 아니,우리 아가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이기에 계속되는 음산한 날씨가 밉기만하다. 「엄마 1년생」의 서투른 육아의 시작이 어제 같건만 어느새 6년여를 헤아리게 되는 오늘, 의젓이 교복이랑 갖춰 입은 아가의 모습은 이제 엄마의 손질에서만 호흡하던 개구장이만은 아닌 것 같아 제법 대견스럽다. 이제까지 자라온 엄마의 울타리를 벗어나××국민학교 1학년×반의 일원으로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서도 파랑불·빨강불의 교통신호를 지킬 줄 아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승격한 셈이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내것」이라고만 고집하던 아가의「소유권」을 사회와 규율속에 나누어주어야만 하는 기쁨과 아쉬움이 엇갈리기도 한다. 언니와 누나가 없는 우리집 아가의 어렴풋한 학교라는 관념은 엄마가 어려서 선생님을 하느님처럼 생각하던 때와 비슷한 것 같다. 그때와는 세대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동심의 세계는 마냥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막상 영리한 아가의 기대가 여태껏 듣기만했던 차가운 치맛바람」의 현실에 쓸려버린다면 애초에 낙원으로만 꿈을 안겨준 엄마의 어리석은 교육 때문에 가슴 아픈 상처를 주게나 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몇해전 「아파트먼트」생활에 젖은 아가가 곧잘 그리던 그림에서 땅 빛깔을 한사코 회색으로만 고집하더니 이제야 땅은 고동색이라고 변화된 환경을 납득해가고있다. 이렇듯 자기만이 느끼는 세계를 보는 눈에 구김이 없는 우리아가이기에 『행여나…』하는 엄마의 걱정은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앞으로 10여년동안을 다녀야하는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속에 뛰어들어 그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이날 아가의 슬기롭고 씩씩한 성장을 기대하는 엄마의 마음은 그래서 욕심이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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