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뉴욕서도 인턴에 호텔방 술자리 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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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현지 한인 사회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가운데 윤 전 대변인이 뉴욕에서도 여성 인턴에게 호텔방에서 함께 술 마실 것을 권유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뉴욕 순방 중 업무보조 인력으로 참여한 여대생 B양(20)의 지인은 “윤 전 대변인이 지난 5일 밤 11시쯤 B양에게 연락해 술을 주문한 뒤 같이 마시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5일 오후 3시쯤 뉴욕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한 뒤 맨해튼의 하얏트 호텔에 투숙했다. B양은 뉴욕총영사관이 고용한 대학생 인턴 20여 명 중 한 명이었으며 윤 전 대변인의 업무 보조를 위해 투입됐다. 이날 밤 윤 전 대변인은 공식 일정을 마친 뒤 B양에게 술을 주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방에 와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양은 호텔방에 가지 않고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한편 워싱턴 주재 주미 한국대사관은 충격에 빠졌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사관에서 만난 한 여직원은 “분위기가 한껏 올라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정부 부처의 한 주재원은 “순방 성과가 한 방에 다 날아가 버렸다”며 “워싱턴의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한국 공직자들을 싸잡아 비난할까 겁난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한 교민은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신다는 참모가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청와대 대변인이란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이다니 한국 외교에 망신살이 뻗쳤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재미 한인 유권자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박 대통령이 뉴욕 동포간담회 등에서 섬세하고 치밀한 리더십을 선보여 교포들이 자랑스러워했는데 성추문 사건이 이런 자부심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윤 전 대변인 사건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스캔들은 무결점 워싱턴 방문이라는 자체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충격을 던졌다”며 “박 대통령이 귀국길에 정치적 후폭풍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박 대통령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변인을 경질시킨 건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도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인 9일 성 추문이 터져 놀라게 했다”며 “이번 사건이 한국 정계에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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